미리 써보는 유언
- 2026. 07. 22
- 박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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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인사
돌이켜보면 힘들고 서러웠던 날도 많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견디며 여기까지 살아온 제 자신에게 “참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삶을 함께해 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미처 다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남깁니다.
사랑하는 남편에게
우리가 부부의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36년이 되었네요.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열 살 무렵이었으니, 벌써 43년 전의 일이네요. 나는 당신을 만나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고, 처음으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스물다섯 살의 남자와 열일곱 살의 여자아이였던 우리가 참 많은 일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한 가정을 지켜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그 모든 시간을 견뎌낸 당신과 나에게 “대견하다, 성실하게 잘 살아왔다”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아들과 두 딸을 잘 키워 사회인으로 만들었으니, 이만하면 우리도 제법 잘 살아온 것 같습니다.
한때는 당신을 미워하고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모든 것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크게 미련이 남거나 아쉽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당신이 사랑했던 그 사람과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열심히 살아온 당신, 정말 고마웠습니다.
안녕.
하나뿐인 내 동생 박정원에게
내 동생 정원아.
어떤 인연으로 너와 내가 이 세상에서 자매로 만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의 도움 없이 너도 나도 지금까지 살아내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다.
부모님이 곁에 계시지 않아도 각자의 삶을 견뎌내며 잘 살아준 내 동생아. 10년이 넘도록 암과 싸우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부터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좋은 일만 가득한 꽃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한때는 네가 철이 없는 동생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이해되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도 있었단다. 그래도 나는 언제나 너를 걱정하고 사랑했다.
왜 하필 폐암일까. 간암이라면 내 간을 떼어줄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많이 울었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기도 했다.
그러다 네가 조금씩 건강을 되찾으니, 마음 깊이 묻어두었던 섭섭한 일들이 가끔 떠오르기도 하더라. 아마 나도 오랜 시간 지쳐 있었나 보다. 사람의 마음만큼 간사한 것도 없는 것 같다.
혹시 너도 나에게 서운하거나 미웠던 일이 있다면 이제는 모두 잊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네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다음 생이 있다면 자매가 아니라 좋은 친구로 만나자. 그때는 너와 나 모두 좋은 부모님 밑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보고 싶다.
나 때문에 너무 울지 마라.
하나뿐인 내 동생 박정원아, 사랑한다.
안녕.
나의 분신, 사랑하는 내 아들에게
아들아.
엄마가 너무 어린 나이에 너를 낳아 사랑을 충분히 주지 못하고 키운 것 같아 늘 미안했다.
굳이 변명하자면 엄마는 열여덟 살에 너를 낳았다. 아빠를 만나고 나서 아빠도 많이 아팠고, 할머니도 아프셨다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994년 2월에는 향수를 낳았고, 그해 7월에는 콩팥을 기증했다. 아픈 할머니의 대소변까지 돌보며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삶을 살았다.
삶의 무게에 지쳐 울 아들에게 사랑을 많이 표현하지 못하고 키운 것 같아, 엄마 마음 한쪽에는 늘 미안함과 뭉클함이 남아 있었단다.
지금은 텔레비전과 휴대전화로 무엇이든 쉽게 배울 수 있고 정보도 많지만, 35년 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엄마는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어떻게 아이를 사랑하고 가르쳐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래도 1993년과 1994년의 그 시절을 다시 살아보라고 한다면, 엄마는 아마 다시는 살아낼 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힘들었지만 너희가 있었기에 끝까지 견딜 수 있었다.
아들아. 엄마가 이 세상을 떠난 뒤 얼마 되지 않더라도 재산이 남는다면 동생들과 똑같이 나누어라. 절대로 재산 때문에 다투지 말고, 서로 아끼며 우애 있게 살아주기를 바란다.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다. 네가 있어 엄마는 든든했고, 너는 언제나 엄마의 자랑이었다.
사랑한다, 내 아들.
안녕.
사랑하는 큰딸에게
사랑하는 큰딸아.
네가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해 예쁘게 살아주고, 사랑스러운 손녀까지 엄마에게 안겨줘서 정말 고맙구나.
엄마로서 부족했던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너도 한 여자로서, 또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다 보면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하나님께서 행복만 계속 주시면 인간은 교만해지기 때문에, 때로는 힘든 일도 곁에 두어야 진정한 행복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엄마는 지금 행복하다.
너는 네 딸에게 사랑을 많이 표현해주고, 남편과도 서로 아끼며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라. 시간이 된다면 탈무드와 솔로몬의 지혜에 관한 책도 읽어보면 좋겠다.
살다가 힘든 일이 찾아오면 너무 서두르지 말고 묵묵히 버텨라. 엄마도 살아보니, 견디고 또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힘든 시간이 지나가 있더구나.
딸아, 네가 엄마 딸이어서 엄마는 정말 행복했다.
엄마가 떠난 뒤 얼마 되지 않더라도 재산이 남는다면 오빠와 동생들과 똑같이 나누어라. 형제끼리 서로 우애 있게, 사이좋게 지내주기를 바란다.
혹시 형제끼리 다투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면 한 번쯤 엄마를 떠올려주겠니?
‘우리 엄마라면 우리가 어떻게 지내기를 바라셨을까?’
그렇게 한 번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큰딸아.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고 너무 울지 마라. 엄마는 천국에서 하나님 곁에 있을 테니, 너는 네 자리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
안녕, 내 딸.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아.
내가 부족해서 상처를 주었던 일이 있다면 이제는 모두 용서해주기를 바란다. 나 역시 마음속에 남아 있던 미움과 원망을 모두 내려놓고 떠나고 싶다.
내가 떠난 뒤에는 재산이나 지난 일 때문에 서로 다투지 말고, 형제끼리 아끼고 의지하며 살아주기를 바란다. 힘든 순간에는 서로의 손을 잡아주고, 좋은 일이 있을 때에는 함께 기뻐해주었으면 좋겠다.
내 삶에 가족으로 와줘서 고맙다. 여러분이 있었기에 힘든 삶도 견딜 수 있었고, 웃을 수 있었으며, 행복할 수 있었다.
나 때문에 너무 오래 울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모두 사랑한다.
고마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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