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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써보는 유언

  • 2019. 06. 06
  • 변하영
  • 이 게시글을 1461명이 보았습니다.

이게 나의 유서가 된대

엄마 아빠 그리고 친구들, 모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해준 너무 고마운 소중한 사람들에게 아마 내가 그리 오래 살지 않을 거란 걸 친구들은 알고 있었을 거야. 나는 입버릇처럼 서른 아홉에 죽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거든. 물론 이 유언을 쓰는 건 스물 하나의 나지만, 엄마한테 항상 엄마랑 같은 날 죽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그것도 거짓말은 아니었어.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가는 건 가장 큰 불효니까 일찍 죽겠다는 말은 못 했지. 오히려 나는 오래 산다는게 무서웠던 것 같아. 아니면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두려웠던 거 일수도 있지. 불안했나봐 준비되지 않은 죽음이. 먼저 가서 미안해 엄마 아빠. 장기기증은 내가 헌혈을 했던 이유랑 비슷해. 내가 모르는 타인 혹은 알지도 모를 지인에게 줄 수 있는 건 주고 싶었어. 이미 죽은 몸을 태워서 모래 한 줌이 되는 것 보다 나에게서 필요한 걸 가져가 다른 몇몇의 이를 살아갈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는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살아있을 때 정말 많은 사랑, 깊은 사랑, 벅찬 사랑을 받았다는 걸 알아. 나도 그 사랑들을 누군가에게 쏟아부으며 행복했었어. 맞아 내 결론은 그래. 나는 행복해. 모두 덕분에. 나는 미치게 행복했고 즐거웠고 사랑했어. 마음껏 살았다고 생각해. 마음가는 대로 나라는 사람을 마무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 내가 만든 이야기 중 제일 파란만장하고 결말이 좋은 인생이었어. 아직 18년이나 남았는데 결말이 좋은지는 어떻게 아냐고? 어떤 결말이든 좋아. 지금이 좋으니까. 그럼 또 보자 다들. 우린 다시 만날거야. 나는 그렇게 믿어. 세상에 영원한게 없다면 영원한 헤어짐도 없는거잖아.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다릴게 보고 싶을 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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