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써보는 유언

  • 2021. 06. 30
  • 황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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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에 적은 노래

그냥 한 생명의 심장이 멈추는 것에 불과한, 덧없어 보이는 나의 죽음에 슬퍼하는 이들에게. 못다한 것들에 대한 후회는 멈추자. 평생 기억 속, 가슴 속에 남으리라는 상투적인 말도 넣어 두자. 나의 죽음은 특별했으면 좋겠다. 나와 함께했던 인연들이여, 나의 죽음이 바람에 춤추는 초겨울의 강처럼 잔잔하게 그대들의 마음에 남기를 바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좋다. 불화하는 말들에 상처받고, 거짓섞인 말에 행복했던 날들도 내 삶의 하루였기에. 끝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다르긴 하구나. 그래도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잎새에 적어 바람에 날려 보내주오. 당신들의 인생을 살고 매순간의 자신에게 충실하였다면 후회는 바람에 날려 하늘 멀리로 보내도 되지 않을까. 삼키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 마지막 순간까지 날 괴롭게 하는건 기억들이었다. 행복했던 기억, 공사판 소음처럼 시끄러운 추억, 슬펐던 기억들. 목구멍에 뜨거운 조약돌이 걸린 것 같다. 목이 메이고 눈이 부어 오르지만, 나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까. 푸른 바람에 내 눈이 말랐으면 좋겠다. 내가 목 놓아 울어도 그대는 웃는지 우는지 모를 얼굴로 나를 위로해주오. 내 눈물을 닦지말고 그냥 흐르게 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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