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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써보는 유언

  • 2022. 05. 27
  • 배주야
  • 이 게시글을 347명이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에게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나는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이 노래처럼 나는 정말로 그렇게 될 거예요. 그러니 너무 슬퍼 말아요. 바라는 말을 남겨봅니다. 먼저 내가 떠난 후 요란한 의식을 하지 말아주세요. 장기기증 후 남은 나의 육신은 먼저 떠난 고양이들처럼 텃밭의 소나무 아래 묻어주고 해마다 내가 떠난 날이 다가와 헛헛하다면 당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를 위로해주세요. 같이 여행을 떠나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좋고 바빠서 그냥 지나가거나 잊는다 해도 나는 전혀 서운하지 않아요. 내가 남긴 물질적인 것들은 최대한(가능하면 전부) 타인에게(어려운 이웃, 성당, 초록우산 같은 단체 등) 전해주세요. 나는 평생 많은 이들의 도움과 사랑을 받아 살아왔기에 그런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전하고 싶어요. 하지만 내가 남긴 추억들은 모두 당신들만의 몫으로 추억해주세요. "내 아내가 이랬지,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웃으며 떠올려주세요. 무엇보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내가 떠나도 당신들이 행복하게, 자유롭게 잘 살아주는 것이에요. 그것이 내가 가장 바라며, 기원하는 일이에요. 내 육신이 떠났더라도 내 마음은 언제나 당신들 곁에 머무를 테니까요. 꼭 그렇게 살아주세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말로는 다 못할 만큼 사랑합니다. 자주 부족했던 내 모습은 내가 최선을 다해 애썼어도 그만큼밖에 되지 못했던 부족한 탓입니다. 그러나 세상 그 누구보다 당신들을 사랑하고 아꼈어요. 그걸 기억해주세요. 그러니 그 사랑의 힘으로 멈추지 말고 새로운 일상을 잘 살아가주세요. 먼저 떠나가서 미안해요. 하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그 시간들은 죽음 앞에서도 달라질 것이 없어요.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이고, 다시 사랑할 테니까요. 언제나처럼 하느님께 여러분을 위해 기도할게요.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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