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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기증, 어머니가 남기고 간 선물 같아요

  • 2019.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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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기증, 어머니가 남기고 간 선물 같아요

-각막기증인 故김영애 님의 딸 이금복 씨-


지난 2003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입사해 17년째 근무하며 현재는 상담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금복 국장. 부서 특성상 그간 수많은 장기기증 사례를 마주하며 숭고한 나눔을 실천한 기증인에게는 감사와 예우를, 슬픔에 빠진 유가족에게는 위로를 전해왔습니다. 늘 다른 이들의 말을 듣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익숙했던 그 역시 얼마 전 생명나눔가족이 됐습니다. 지난 5월 18일, 오랜 기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각막 기증을 통해 두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새 빛을 선물한 것입니다.




슬픈 이별을 극복한 아름다운 죽음


故 김영애 씨가 4년 넘게 난소암으로 투병하며 그간 세 번의 대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막내딸 이금복 국장은 늘 어머니 곁을 지켰습니다. 결혼 후에도 위아래 층에 살며 가장 많은 정을 쌓은 까닭도 있겠지만, 과거 병치레로 고생했던 이 국장을 정성껏 간호해준 어머니의 사랑을 갚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호스피스병동에서 임종을 앞두고 두려워하는 어머니에게 “엄마, 딸이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일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각막기증은 해야지?”라며 우스갯소리를 건넬 수 있었던 것도 모녀간의 깊은 이해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생전, 가족과 함께한 고인의 모습



"장난처럼 얘기하기는 했지만, 사실 엄마에게 준비할 시간을 드리고 싶었어요.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새 삶을 선물 할 수 있다는 사실로 엄마가 힘을 얻기를 원했거든요." 


이를 위해 가족들은 어머니가 입원 중이던 서울특별시동부병원에서 진행하는 ‘나의 판타스틱 장례식’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생전 장례식'이라는 다소 낯선 콘셉트로 임종을 앞둔 환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청해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며 밝은 분위기 속에서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와 이별 인사를 나누는 자리인데, 어머니와 가족들 모두에게 행복한 추억이 됐습니다. 그토록 살을 붙이고 살았지만 평소엔 쑥스러워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진심을 다해 한 사람 한 사람 뜨거운 포옹을 나눴습니다. 



할머니에게 쓴 편지를 읽는 규민 군


이금복 국장의 아들이 할머니를 생각하며 한 자 한 자 마음을 다해 적어내려 간 편지를 읽을 때는 자리에 함께한 모두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어둡고 슬픔만 가득한 장례식에서 벗어나 죽음을 조금 더 의미 있고 아름답게 준비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남기고 간 사랑의 유산 



얼마 후 어머니와 가족들 모두가 함께 준비해왔던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선순위자인 아버지가 “엄마가 생전에 원했던 일이었니?”라는 한 가지 질문을 하고는 특별한 반대 없이 기증 절차에 동의했습니다. 이후 이 국장은 평소 다른 이들의 기증 상담을 했을 때처럼 실무적 절차를 직접 진행했는데, 기관 관계자와 의료진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슬픔에 빠져있는 가족들에게 진심을 담은 위로와 감사의 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그녀에게 든 생각이 바로 ‘이 지점이 바로 본부가 있어야 할 이유구나’ 였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유가족들을 대할 때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갔었는지를 돌아보는 것과 동시에 “고맙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금복입니다”라고 말하며 받는 전화 한 통이 갖는 의미와 진정성, 가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실무자로서 장기기증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슬픔 앞에 직면한 유가족들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의 온도와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겼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근조기가 설치된 고인의 장례식장


“저희 어머니는 그간의 긴 투병생활과 각막기증을 통해서 막내딸에게 인생 공부를 제대로 시키신 것 같아요. 업무적인 것뿐만 아니라 삶에 모든 부분에 있어서 전보다 더 깊고 넓게 성장할 수 있게 하셨고, 그간 사람들을 통해서 받은 사랑을 더 많이 나누며 살게 하신 것 같아요.”


이 국장이 회상한 어머니 故 김영애 씨는 항상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손자가 소풍을 가는 날이면, 딸이 일하는 본부 직원들이 모두 나눠먹을 수 있도록 수십 줄의 김밥을 싸줘서 모두가 함께 즐긴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부침개, 김치 등을 나눠 먹으라며 출근 길 손에 들려주기도 여러 번이었고요. 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던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서도 환자들 사이에서 ‘이야기 잘 들어주는 착한 언니’로 통하곤 했습니다. 정 많고 따뜻했던 어머니의 생전 모습과 떠나면서도 나눔을 통해 모르는 이에게 빛을 선물한 고인의 삶이, 이금복 국장은 마치 자신에게 남기고 간 어머니의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픔도 슬픔도 없는 하늘나라로 이사 간 우리 엄마, 

늘 이 사람 저 사람 챙기는 모습에 ‘참 오지랖 넓다’고 많이 뭐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엄마를 따라하고 있더라고요. 근데 그게 너무 좋네요. 

앞으로도 엄마처럼 더 많이 나누고 베풀며 살게요. 잘 지켜봐줘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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