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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죽음을 넘어 영원으로 가는 길

  • 2019.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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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영원으로 가는 길




기고 : 유성호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를 거치면서 병리전문의를 취득했고, 동대학원에서 법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국립보건원의 NIAAA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쳤고,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로 재직 하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서 매주 월요일 부검을 하고 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요? 법의학자이면서 과학자인 제 관점에서만 본다면 우리 몸 전체의 60조 개의 세포가 생명활동을 영원히 정지하는 상태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의 죽음은 생명과학적 관점에서 볼 수만은 없습니다. 사람의 죽음은 생명체로서의 의미에 더하여 주변과 맺고 있는 관계의 영원한 단절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또는 지인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되면 이별의 아픔을 느끼게 되며 때로는 절망감 또는 허무감의 심적 위기를 겪기도합니다. 저는 매주 월요일 부검을 하면서 이별의 아픔과 상실감에 슬퍼하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어떻게 승화할 수 있을지 역사 이래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 왔습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톨스토이의 죽음 극복 과정을 잠시 소개하려 합니다. 



대문호 톨스토이에게도 '죽음'은 극복해야 하는 어려운 삶의 과정이었다 


위대한 러시아의 문학가인 톨스토이는 귀족 가문의 4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났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톨스토이는 어려서 부모를 잃었습니다. 다행히도 숙모의 따뜻한 보살핌과 형제의 우애를 통해 구김살 없이 자랐고 영지까지 상속 받으면서 탄탄대로의 길을 걷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톨스토이가 32살 때 그가 아버지처럼 존경하던 큰형 니콜라이가 사망했습니다. 큰 상실감 속에서 다행히 아내를 만나 극복할 수 있었지만 10여 년의 결혼생활이 지나갈즈음에 자녀 3명을 잃고, 어머니처럼 사랑했던 숙모마저 사망하게 됩니다. 톨스토이는 절대적인 절망감과 허무감에 휩싸여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피폐해집니다. 그런데 어떻게 톨스토이가 이를 극복하였을까요? 톨스토이는 그의 평생의 업인 문학에 묵묵히 몰두하며 죽음과 삶에 대한 큰 깨달음을 얻습니다. 인간의 삶이란 홀로 그 삶을 사는 것이 아닌 주변의 타인과 관계를 이루며 육체적 소멸을 극복하는 영원함으로 닿을 수 있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즉 인생에 있어서죽음이란 것은 자연스런 삶의 과정으로 개인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사람과의 사랑과 존중의 관계를 통해 영원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살리고 떠난 기증인들은 우리 마음 속에 영원할 것입니다.


5,100만 명이 넘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매년 30만 명이 넘는 아이가 태어나고, 또한 30만에 가까운 사람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살과 피로 이루어진 우리 인간은 원칙적으로는 소멸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노화라는 과정을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면서 100세를 넘어 120세 인생을 외치고는 있지만 실제로 죽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자칫 허무함과 상실감에 빠질 수 있지만 유한한 삶을 더욱 소중히 여겨 보다 아름다운 인생을 그려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삶과 죽음의 자연스런 과정을 아름답게 승화할 수 있을까요? 톨스토이가 언급하였듯이 우리의 삶은 오직 타인과의 관계와 사랑을 통해 그 영원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세상과의 아름다운 이별 ‘사랑의 장기기증’


제가 생각하는 영원한 삶의 길 중 하나는 장기기증입니다. 장기기증은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로서의 소멸이 다가올 때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죽음을 넘어 영원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길이며 매일 기증을 기다리는 이에게 나의 삶을 나누는 양식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만 한다면 죽음을 당하게 되며 아름답고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뇌사 장기기증인 일일 추모공원


우리가 죽음을 담담히 맞이할 준비가 된다면, 즉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볼 수만 있다면 죽음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의 죽음에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날 수 있다면 아마도 죽음을 뛰어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각자 아름다운 인생 스토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러분! 우리 소중한 인생의 자연스런 마지막 과정인 죽음을 넘어 영원으로 향할 수 있는 사랑의 길을 찾고 계신다면 장기기증을 생각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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