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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사회로 나아가는 길

2020.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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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E. 핀친스(Marcel E. Pincince)

Donor Network of Arizona 도너패밀리 책임자

애리조나기증인네트워크(Donor Network of Arizona)는 미국 내 장기기증을 책임지고 있는 58개의 비영리 장기구득기관 중 하나로, 인구 740만 명인 애리조나 주의 장기기증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도너패밀리 관련 사업 책임자로서 기증인 가족과 이식인 간 교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 일을 맡고 있는 것에 늘 감사하며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지난 1년 간 기증인 가족과 이식인 사이에 서신 교류는 1,000건 이상이뤄졌으며 실제 만남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올해 초 한국에서 성사된 故 김유나 양 가족과 신·췌장이식인 킴벌리 씨 모녀의 상봉 역시 그 중 하나입니다.

故 김유나 기증인의 가족과 이식인 가족의 감격적인 만남

지난 2016년 킴벌리 씨가 故 김유나 양의 장기를 이식받은 뒤 고인의 가족에게 직접 감사를 표하고 싶어 했던 것을 기억하기에 이번 만남이 그녀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킴벌리 씨와 故 김유나 양 가족 모두에게 치유의 순간이 됐을 거라 믿습니다.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만남을 앞다투어 보도한 언론

사실 미국에서도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만남은 매우 특별한 경우로 성사될 경우 많은 언론이 앞 다투어 보도합니다. 기증인 가족과 이식인 사이의 만남만큼 생명 나눔의 감동을 강력하게 입증하는 것은 없으며, 이러한 사연은 널리 알려져 장기기증 활성화에 큰 영향을 줍니다.

물론 기증인 가족과 이식인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데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습니다. 기증인 가족은 그들이 사랑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가족이 남기고 간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의 삶을 통해 느끼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기증인 가족이 이식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원한다는 것을 알고 그 의사를 이식인에게 전달하는 것처럼 서신과 만남에 대한 지침을 기증인 가족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때 강조하는 것은 이식인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요구하거나 또는첫 편지에서부터 만남을 요구하는 등 이식인들을 당황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사이에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 몇 차례의 서신 교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양쪽 모두에게 알립니다. 신뢰가 쌓인다면 엄청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 전역의 장기기증 활성화를 가장 잘 이룰 수 있는 사람은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58개의 기관 직원들이 아니라 바로 기증인 가족들과 이식인들 입니다. 기증인 가족들과 이식인들이야 말로 생명나눔이 만들어낸 기적의 당사자이자 목격자이며 대변인이기 때문입니다. 기증인 가족과 이식인 사이에 놓인 마음 문이 열릴 때 장기기증의 풍성한 경험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증언할 것이며, 이 이야기는장기기증의 가치를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정보 교환 및 교류를 법으로 제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기증인 가족과 이식인의 연결로 인해 발휘할 능력을 빼앗는 것이며, 생명나눔 사회로 나아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외면하는 실수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도 기증인 가족들과 이식인들이 서신을 교환할 수 있고, 더 나아가 故 김유나 양 가족과 킴벌리 모녀와 같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 가기를 응원합니다. 이로써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을 선택하고 더 멋진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기를 소망합니다. 기억하세요. 생명나눔운동에 있어서 최고의 대변인은 기증인 가족들과 이식인들입니다. 그들을 서로 연결할 때 비로소 생명나눔 사회가 이룩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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