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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가 닿기를

  • 2021.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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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 불명’ 편지 40통


2020년 11월 말 저는 ‘수취인 불명’인 편지 수십 통을 접했습니다. 보내는 사람은 있는데 받는 사람이 없는 편지들. 바로 장기를 이식받은 분들이 장기기증자와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편지였습니다. 이 편지들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2020년 6월부터 4개월 동안 진행한 ‘나의 영웅, 고맙습니다’ 캠페인을 통해서 모였습니다.


편지에는 가슴을 울리는 이식인들의 사연이 가득했습니다.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함부터 마냥 기쁘다고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속내까지, 편지 한 줄 한 줄에서 그들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심장을 기증 받은 한 이식인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매 순간순간,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항상 심장에 손을 올리고 기증자분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당신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루하루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으며 기억하고 또 기억하겠습니다.”

간을 기증 받은 어린아이의 엄마는 이렇게 썼습니다. “저희 딸이 건강하게 살아 숨 쉴 수 있게 해주셔서 온 마음 다해 감사드립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받은 이 큰 감사함을 꼭 돌려드리고 싶어요. 평생 잊지 않고 소중한 몸을 잘 관리하여 건강하게 지내면서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감동적인 편지들이 ‘수취인 불명’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행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상 장기 기증자와 이식인 사이의 교류가 금지돼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 편지도 주고받을 수 없습니다. 이식인들은 생명의 은인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전하고 싶고, 기증자와 가족들은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궁금해하는데 말입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이런 양측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 ‘나의영웅,고맙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한 겁니다. 교류가 금지된 이유는 장기 매매 등의 위험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보완 장치를 마련하면 이 같은 우려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장기기증 관련 기관을 통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걸러낸 뒤, 편지를 전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하면 걱정스러운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남 일’ 아닌 ‘내 일’


이 취재를 한 뒤 저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습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장기기증자의 유가족들과 이식인들을 인터뷰하며 장기기증의 의미에 대해 여러 번 곱씹어 본 덕분입니다. 세상을 떠날 때, 한 번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장기기증 등록하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상상했습니다. 만일 제가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저는 가족들이 제 장기를 이식받은 이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하염없이 궁금해하면서 걱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 장기를 이식받은 이에게 “건강하게 잘 지낸다”라는 말을 들으며 미소 짓기를 희망합니다. 제 몸의 일부 덕분에 새 삶을 찾았다는 감사의 인사를 듣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장기를 이식받은 분들 역시 진심을 전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인터뷰한 한 이식인의 가족은 “기증자의 유가족들을 찾아뵙고 절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가족이 이식을 받은 날짜 그 즈음이 기증자의 기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매년 절을 찾아 기도 드렸다. 이렇게 편지라도 쓸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장기기증자와 이식인 사이의 직접적인 편지 교류가 가능해진다면 이식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좀 더적극적으로전달하면서 삶의 동기 부여를 더 크게 얻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기사 속 이야기들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닌 ‘제 일’이 됐습니다. 그래서 더욱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은 ‘수취인 불명’인 사랑의 편지들에 또렷하게 ‘받는 이’가 적히기를,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장기기증자와 가족, 이식인에 대한 예우가 더 강화되기를 말입니다.


동아일보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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