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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인과 이식인

"남편의 삶을 대신 살아갈 당신,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 2021.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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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마음의 빚을 졌다는 생각은 마시고, 그저 건강하게 이 세상에 빛을 밝히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 주세요.’

2021년 새해,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지난 2012년 뇌사 장기기증으로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故 임광택 씨의 아내 고경숙 씨가 이식인에게 쓴 편지였다. 지난해 연말 이식인들의 편지가 담긴 책자를 읽은 고 씨는 가슴 깊이 묻어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담아 본부에 전달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임광택 씨가 생전 딸 현아 씨와 함께 찍은 사진



당신이 떠난 봄,

생명나눔의 향기가 남았습니다. 


2012년 2월 중순, 다가오는 봄을 기다리던 고 씨는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딸이 곧 입시생이 되는 때여서 그 전에 가족 여행을 다녀오자고 남편과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함께 쌓아갈 추억을 기대하며 기다리던 봄날은 끝내 오지 않았다. 2월 28일 늦은 저녁, 고 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건너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편 임광택 씨가 사고로 병원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급히 병원으로 향하면서도 고 씨는 마음속으로 ‘별일 아닐 거야. 큰일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되뇌었다. 그러나 병원 응급실에서 마주한 남편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위급한 상황으로 심폐소생술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남편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평소와 다름없이 건강하게 출근했던 남편이, 평소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의식 없이 병원에 누워 집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료진은남편이 뇌사 상태로 추정된다는 말과 함께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장기기증을 하게 된다면 남편의 삶이 그대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속에서 이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아들, 딸과 함께 상의해 생명을 나누는 결정을 하게 됐어요.” 

고 씨와 가족들의 숭고한 결정으로 인해 지난 2012년 3월 2일, 故 임광택 씨는 신장, 간, 각막 등을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아내 고경숙 씨와 함께 활짝 웃고 있는 생전 임광택 씨의 모습



천사 아빠의 눈으로

세상을 볼 누군가에게...


“남편의 선한 모습이 좋아 결혼까지 결심했던 것 같아요.” 고 씨는 남편 임 씨가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한겨울 거리에서 떨고 있는 노숙인을 마주치면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주고, 정작 본인은 추위에 떨며 귀가하는 일도 있을 정도였다. 그 사랑은 가족들에게도 이어졌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딸 바보’라고 칭할 만큼 딸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는데, 매주 주말마다 딸과 함께 소풍을 갈 만큼 친근하고 자상한 아버지였다. ‘천사아빠’라고 불리던 임 씨와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한 딸 현아 씨는 “아버지가 쓰러졌을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어떤 도움도 드릴 수 없어 속상하고 슬펐어요. 그래서 이후에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현재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안과 전공의로 근무하고 있는 현아 씨는 진료실에서 종종 각막 이식인을 만나게 된다고 했다. 그런 순간이면 ‘지금쯤 아빠의 각막을 이식받은 분들도 아빠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며 살아가고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고 씨 역시 남편의 장기기증 이후 가장 궁금했던 것이 이식인들의 소식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본부에서 보내준 책자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지 몰라요.”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을 선물 받아 건강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편지가 담긴 책자는 고 씨의 가족에게 그 무엇보다 큰 위로를 전해주었다.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투병생활을 시작한 아기가 간을 이식받아 지금은 귀여운 꼬마숙녀가 되었다는 이야기, 심장을 이식받고 딸을 출산했다는 이야기 등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읽어 나가며 생명나눔에 대한 자긍심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고씨는 “힘든 투병생활을 이어온 이들의 사연을 읽으니 장기기증을 결정한 것이 정말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딸 현아 씨 역시 “아빠의 생명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식인들에게 오히려 감사한 생각이 들어요. 그분들이 아빠의 몫까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현재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고 씨는 남편의 장기기증 이후 동료 교사들로부터 ‘선생님,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어요.’, ‘정말 존경해요.’ 등 많은 격려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언젠가는 자신이 받은 격려와 응원을 남편의 생명으로 살아가고 있을 이식인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고경숙 씨. 그녀는 “미국처럼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서로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이 곧 왔으면 좋겠어요. 생명나눔을 결정한 가족들에게 그런 따뜻한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리겠습니다.”라며 가슴 속에 간절히 품었던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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