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야기

기증인과 이식인

“어머니의 따뜻한 시선으로 아름다운 봄을 마음껏 누리기를 바라요”

  • 2021.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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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저녁 7시 30분, 한 통의 전화가 본부로 걸려왔다.

"어머니가 임종하셨어요. 오늘 오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셨는데….” 떨리는 목소리로 어머니의 부고를 알리며, 어머니가 평소 희망하던 장기기증을 실제로 이뤄주고자 한 딸 이주희 씨의 전화였다.



평소 활달하고 씩씩한 성격을 지녔던 최희자 씨의 삶은 열정으로 가득했다. 60대의 나이에도 지난 10년간 초등학교에서 여성 보안관으로 일했고, 시간이 나면 틈틈이 복지시설을 찾아 목욕 봉사를 했다. 농촌의 일손을 돕는 봉사활동도 이어가며 여의도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아픈 환자들을 보살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지난해 7월, 최 씨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이름도 낯선 병을 진단받았다.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이라는 병을 진단받았어요. 수술도 할 수 없을 만큼 병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판정에 최 씨는 물론 가족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진단을 받고 며칠간 함께 울기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이 시간들도 어머니에게 남겨진 소중한 시간인데 이렇게 보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추억을 쌓는데 최선을 다했죠.”



딸 이 씨는 남동생과 휴직을 신청하고 어머니와 남은 시간들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바쁜 일정 탓에 그동안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는데, 휴직을 한 후 어머니와 삼시 세끼를 함께 먹으며 소소한 일상을 나눴다.
날마다 이어지는 손녀들의 재롱잔치에 눈물보다는 웃음을 짓는 시간이 많았던 어느 날 주희 씨는 어머니와 장기기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평소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시던 어머니께서 마지막 순간까지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꼭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해 있던 지난 3월 22일 오전, 주희 씨는 어머니의 평소 바람이 떠올라 어머니를 대신해 본부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신청했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생의 마지막 순간, 각막기증으로 세상에 고마웠던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같은 날 저녁 7시, 최 씨는 여의도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눈을 감았다.
그녀가 잠든 이 병동은 사실 투병 전 최 씨가 아픈 환자들을 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던 곳이었다.
자신의 따뜻한 손길이 묻어있는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며 각막기증을 통해 두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새 빛을 선물한 최 씨의 모습은 가족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딸 주희 씨는 "처음에는 사실 시신 훼손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염려가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어머니의 각막기증을 옆에서 지켜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각막기증 후, 어머니는 평온한 모습으로 눈을 감고 계셨어요.”라며 각막기증의 과정을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이 씨는 "평소에도 장기기증이 참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라고 느끼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에 어머니께서 각막기증으로 생명의 빛을 나누신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워 저와 남편, 남동생까지 모두 각막기증을 약속하기로 결심했어요.”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갑작스레 떠난 최 씨와의 이별에 힘겨워하던 가족들에게 많은 이들의 위로와 애도가 이어졌다.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최 씨의 장례식장, 온화하게 웃고 있는 최 씨의 영정사진 앞으로 '세상에 빛을 남긴 고귀한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기가 설치되었다.

딸 주희 씨는 어머니의 눈으로 다시 앞을 볼 수 있게 된 이식인들을 생각하면 큰 위로를 얻는다고 이야기했다.
"어머니와의 이별이 무척이나 슬프고 힘겹지만, 어머니께서 가시는 그 순간 마지막 약속을 이루어 드릴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본부에도 감사합니다.”라며 "더 많은 분들이 생명을 나눠 더 많은 환자들이 이식을 받고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화창한 봄날, 숭고한 나눔을 실천하신 故 최희자 씨의 사랑을 통해 각막을 이식받은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따뜻한 봄날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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