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로고

희망이야기

함께하는 사람들

잊지 못할 올해의 봄, 마음속에 활짝 핀 생명의 꽃

  • 2021. 06. 16
  • 이 게시글을 308명이 보았습니다.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올해 봄은 그 어느 해보다 뭉클하고, 아름답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꽃을 좋아했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각막을 기증하고 이식인들이 봄날에 아름답게 핀 꽃들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사연을 전해 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 기억 속에 봄은 금방 지나가 버리는 계절이었습니다. 사계절 중 유독 짧게 느껴져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이번엔 달랐습니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애틋한 봄으로 남아있습니다.


3월의 어느 날, 경찰서를 돌던 당시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본부의 임혜진 홍보팀장님이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팀장님의 밝은 목소리를 듣기 바로 직전, 저 역시 본부가 있는 충정로역을 지나면서 팀장님을 떠올렸고 연락을 드리려 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마음이 통한 겁니다. 그렇게 만남이 성사됐고, 각막기증을 하신 故 최희자 씨의 사연을 전해 듣게 됐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따뜻한 이야기와 따님을 통해 받아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들과 함께 찍은 기증인의 사진은 저와 독자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저와 본부의 인연이 처음 시작된 것은 장기기증인 유자녀 장학금 전달 소식 덕분이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최근 5년간(2015~2019년)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인 미성년 자녀를 둔 많은 가장이 뇌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본부에 따르면 이 기간에 뇌사 장기기증인 2,488명 가운데 30·40대가 874명으로 약 35%에 달했는데, 어린 나이에 부모와 이별한 자녀들은 상당수가 심리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기증인 故 김일영 씨의 자녀인 중학생 김민준(15)군은 “누군가에게 기적이 되어준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죽음은 슬픔만이 아닌 감사와 희망으로 기억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인 7살에 아버지와 이별했고, 당시엔 장기기증의 의미를 잘 몰랐던 김 군은 D.F(도너패밀리) 장학회의 수혜자로 선정돼 지난 2월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김 군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기증인의 생명나눔 정신을 기억하고, 유가족들이 장기기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학금 사업의 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는 걸 취재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9년 장기기증을 통해 3명의 생명을 살린 故 김혁수 씨의 딸 김예림(24) 씨는 “그때는 아버지의 장기 중 3곳만 기증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쉬워요. 평소에 미리 장기기증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면 결정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을텐데….”라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장기기증 과정에서 힘써줬던 의료진과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렇듯 생명나눔에 대한 존경의 시선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제 주변의 몇몇 분들께선 장기기증을 이야기하면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기증인이 세상을 떠난 뒤 ‘예우’를 제대로 하는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게 됐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내 기증인에 대한 예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담았던 보도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취재를 하며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심어주는 미디어나 보도의 사례가 꽤 많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이에 올바른 인식 함양을 위한 교육을 본부에서 진행 중이었고, 어린이를 위한 장기기증 동화책을 제작하거나 서울시교육청과 협업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이 같은 다양한 루트들이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장기기증이 생명나눔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연대감을 느끼고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선순환을 불러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아이들이 먼저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면 부모님이나 가족이 따라서 하는 사례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들의 실천이 계속된다면 긍정적 영향력이 계속해서 온 사회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마무리하면서 故 최희자 씨의 따님께서 제게 하셨던 말씀이 떠올라 남겨봅니다. 


“꽃을 좋아하셨던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단 한 분의 마음에라도 꽃 피우길 기도해봅니다.” 생전에 필 때도 예쁘지만 질 때도 예쁜 동백꽃을 좋아했던 기증인의 마음처럼, 장기기증에 담긴 사랑과 희망의 의미가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아름다운 생명의 꽃으로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중앙일보 함민정 기자

목록으로

추천이야기

  • MZ세대, 20대의 장기기증 희망등록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 영원한 1번, 우리 딸

  • 다시 찾은 찬미한 일상

  • 우리는 모두 생명나눔 Hero입니다.

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