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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

기증인과 이식인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202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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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우체통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데 어두운 병원에서 오열하고 있는 여인과 아들이 보이고, 수술방의 한 의사는 다른 의사들에게 말합니다.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심장 적출하는 거 10분만 미뤄도 될까요? 오늘 어린이날이라 그래요.  우리 딱 10분만 있다가 시작해요. 애가 매년 어린이날마다 돌아가신 아빠 때문에 울면서 보낼 수는 없잖아요.” 지난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 등장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지난날이 떠올라 한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에도 다시 방영되는 이 드라마에는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더군요.


저는 오래 전, 간 이식을 받았습니다. 월드컵 4강 신화로 온 국민이 즐거워했던 2002년, 저는 전격성 간염을 진단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다른 해에 비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회사에서 자동차 개발 업무를 맡았던 저는 2003년 신차 출시를 앞두고,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점점 피로가 쌓여가는 것을 느꼈지만, 쉴 틈이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저의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한 것을 발견한 직장 동료가 제게 꼭 병원에 가보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그냥 흘려들을 수 없어 그 다음날 바로 병원을 찾았고, 검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참담했어요. 전격성 간염… 환자 중 70%가 넘는 이들이 일주일 이내에 생명을 잃는 무서운 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입원을 해 치료를 받던 중 저는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의식을 되찾았을 때에는 아내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후였습니다. 아내의 사랑으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 것도 잠시, 수술 후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 제게 일어났습니다. 급성 거부반응이 찾아온 거였어요. 그리고 저는 다시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2002년 당시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환자는 국내에 단 28명뿐이었어요. 그 중 한 사람이 제가 되었습니다. 12월 7일, 저는 다시 수술실에서 한 뇌사 장기기증인의 간을 이식받았고, 기적과도 같은 기회로 다시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하늘의 구름이 무의미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아침에 새소리도 흘려듣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에도 감사를 고백합니다. 다시는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 할 뻔했던 소중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기증인의 가족 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생명을 나눠주셨을지… 그것 또한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슬프고 아픈 상황 가운데, 장기기증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주신 분들께 온 마음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기증인의 큰 사랑과 가족 분들의 고귀한 뜻을 잘 이어받아 저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가족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간을 이식받은 정석만 씨의 편지


위 편지는 지난 2002년 뇌사자로부터 간을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한 정석만씨가 새로운 삶에 감사하며 쓴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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