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써보는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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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06. 10
- 이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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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유언장
다들 안녕 이걸 보고 있다면 내가 죽었다는 뜻이겠죠? 물론 농담이면 좋겠고 그냥 미리 써보는 유언장이면 좋겠지만 사람은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내가 이 유언장이 아닌 실제 유언장을 쓰기도 전에 멀리 떠났을 수도 있잖아요? 진짜 만약에 내가 죽었다면 울고 있는 사람이 많으려나 나는 내가 그렇게 떳떳하게 살아왔다고는 솔직하게 얘기는 못하겠네요. 어릴 때부터 사고도 많이 쳤고 자주 아파서 주변에 걱정을 많이 끼치기도 했고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좋은 딸이자 동생, 언니는 아니였던 것 같아요. 이걸 쓰고 있는 지금은 2024년 6월 10일이에요. 오늘은 내가 장기 기증 신청을 했어요. 왜 갑자기 이 얘기를 하냐고요? 가족들은 내가 장기 기증하는 걸 반대할 것 같거든 그래서 미리 꼭 내가 죽었다면 장기 기증을 동의 해달라고 얘기 하기 위해서 이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꼭 나눠주면 좋겠어요. 간호사 라는 직업은 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오래 살게 하기 위해서 간호를 제공하는 직업이잖아요. 나는 내 직업이 힘들지 않아요. 다만 그냥 직장에서 조금 힘들 뿐이지 사람들을 돕는 다는 부분에서는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뿌듯해요. 그러니까 마지막까지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힘들지 않게 해 주고 싶어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으니까 꼭 동의 해주면 좋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 내 친구들 내가 죽었다고 해도 너무 오래 슬퍼하지는 말고 또 너무 짧게 슬퍼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길다면 내가 미안할 거고 너무 짧다면 너무 서운할 것 같으니까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미워하고 원망해도 돼요. 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니까 그렇지만 너무 미워하지 말고 조금만 이따 용서해주면 좋겠어요.
다들 나보다는 오래 더 행복하게 살다가 와요. 너무 일찍 오면 안 반겨줄 거니까 꼭 예쁜 거 많이 보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조금 더 행복하게 살다가 천천히 와요. 그리고 와서 나한테 많은 얘기를 들려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엄마 내가 일 힘들다고 매일 칭얼거려서 미안했어요. 하지만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털어낼 수 있는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 들으면서 엄마까지 힘들었다면 너무 미안해요. 둘째 딸로써 엄마 보다 더 오래 살았어야 하는데 먼저 가서 미안해요.
아빠 아빠한테도 미안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멀리 떨어져서 지내면서 아빠한테는 전화 자주 안 했던 거... 서로 쑥쓰러워서 많은 얘기를 못 했던 게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나 미워하지는 마요. 전화는 자주 안 했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아빠 생각 했다는 거 알죠?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면 아빠가 옆에서 꼭 많이 챙겨줘요. 아빠가 잘하는 김치 볶음밥 또 먹고 싶어요
언니 언니가 나 대신 엄마 많이 챙겨줘 언니도 직장인이라서 자주는 집에 못 가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이라도 자주 집에 들러서 엄마, 아빠 챙겨줘 언니랑은 진짜 많이 싸웠는데 서로 직장 생활 하면서 얘기도 더 자주 못 했네 이제 나랑 할 카톡, 전화 나 대신에 엄마, 아빠한테 더 해줘 알겠지?
우리 집 막내 돼지야 이제 놀아줄 언니가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마 어차피 너는 더 공부해야 할 나이고 꿈을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하잖아 슬퍼할 시간에 공부를 더 하자 맛있는 거 생기면 혼자 먹지 말고 엄마, 아빠한테도 한 입이라도 더 나눠줘 그리고 언니 없다고 슬퍼할 엄마 아빠도 나 대신에 너가 잘 챙겨줘야 해 알지?
너무 길게 적어서 이제 지루할 것 같으니까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
다들 행복하게 지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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