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이웃
선한이웃 Vol.248
2022 05+06
- 네버엔딩스토리미안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 이슈 in뇌사 시 장기기증이 빛나는 사회를 꿈꾸며
- 라파의 집에서 온 편지혈액투석 환자들을 위한 알콩달콩 캠페인
- 네버엔딩스토리사람을 살리는 나눔과 사랑
- 희망人터뷰이웃을 섬기는 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것
5건의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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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스토리
미안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눈부신 봄 햇살이 내리쬐는 일요일 오후, 산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청량한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티 없이 밝은 얼굴로 주말 오후를 보내는 아이들 사이로 잔잔한 미소를 띤 이단윤 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 이단윤 씨와 8남매의 모습 "2020년에 거창으로 내려왔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곳이 천국 같다며 좋아해요." 12살, 11살, 10살, 9살, 7살, 6살, 4살, 2살... 8남매를 키우고 있는 이단윤 씨는 2020년 말, 서울에서 거창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 해 겨울, 사랑스러운 아이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당시 생후 8개월이었던 지담이는 가족들에게 많은 기쁨과 행복을 주는 아이였습니다. "지담이는 정말 건강하고 활기찬 아이였어요. 표정에 항상 장난기가 서려있는 개구쟁이였고, 웃음이 정말 많았어요. 당시 막내였던 지담이가 웃으면 가족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어요."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을 이룬 단윤 씨는 2020년 어느 날, 어린 나이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내던 큰 아이가 학원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특별한 결심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그 결심이었습니다. 그런 단윤 씨의 눈에 들어온 것이 폐교 위기에 놓인 시골 학교들을 지키기 위한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였습니다.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본 단윤 씨는 거창군 가북면에 위치한 가북초등학교에 지원했고, 가북면으로 이주할 네 가구를 선발하는 프로젝트에 선정되었습니다. 같은 해 11월, 이주를 앞두고 초등학생인 4명의 아이들과 함께 가북초등학교에 답사를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서울에서 미취학 아이들을 돌보고 있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만 하더라도 아빠의 팔을 잡아당기며 노는 지담이의 얼굴이 밝아 보였습니다. ▲ 故임지담 군의 생전모습 집에 도착하기 5분 전, 단윤 씨는 남편으로부터 지담이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이를 안았는데, 목에서 뭔가 만져지는 느낌이었고, 호흡이 이상한 걸 알게 되었어요. 남편이 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했고, 제가 119에 신고를 했어요.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지금도 생각하면 꿈같아요." 병원으로 이송된 후에도 지담이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은 단윤 씨 부부에게 뇌사 상태가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건넸습니다. 소생할 가망성이 없다는 말에 가눌 수 없는 슬픔과 절망에 휩싸인 부부는 ‘장기기증’이라는 일 앞에서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천국으로 가는 표를 산다는 심정으로 장기기증을 결심했어요.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큰 기쁨을 준 아이였지만,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사회에 선한 일을 할 만한 시간이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생명을 나누는 선한 일을 하면 지담이가 천국에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故임지담 군의 생전모습 8개월의 짧은 생을 마치며 하늘나라로 기나긴 여행을 떠난 지담이는 2020년 11월 22일, 심장, 폐, 간, 신장 등을 기증하며 3명의 생명을 살리는 따스한 기적을 우리 사회에 남겼습니다. 2020년 말, 거창에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한 가족들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환한 미소를 짓는 지담이의 사진을 놓았습니다. 유골함도 가지고 내려와 방 한편에 두었습니다. 가족들의 곁에서 해맑은 웃음으로 넘치는 행복을 주고 간 지담이를 잊지 않고 항상 기억하겠다는 마음이 집안 곳곳에 묻어났습니다. "아이들에게 항상 지담이의 이야기를 해요. 지담이가 정말 좋은 일을 하고 갔다고요. 엄마와 아빠도 먼훗날 지담이처럼 장기기증을 할 거라는 이야기도 꼭 하죠. 그리고 훌륭하게 자라서 나중에 책을 내게되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꼭 지담이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아이들에게 당부해요." 지담이가 떠나고 6개월 후, 가족들에게 새로운 아이가 찾아왔습니다. 막내 지웅이가 태어난 것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지담이와 꼭 닮은 지웅이는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10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의젓한 큰 아이들과 심성이 고운 딸들, 아웅다웅하는 모습마저 귀여운 어린 아들들을 볼 때면 매일매일 감사한 마음뿐이라는 단윤 씨는 "지담아, 혼자 먼 길을 보내서 미안해. 그리고 너무 예쁜 지담이 덕분에 우리 가족이 참 행복했어. 정말 고마워!"라는 인사를 하늘에 전했습니다. 한 살의 작은 천사 지담이의 사랑을 기억하며, 생명나눔이라는 고귀한 결정을 내려준 가족들이 지담이가 있을 파란 하늘 아래에서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상을 살아가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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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뇌사 시 장기기증이 빛나는 사회를 꿈꾸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이로 인해 장기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도 급격히 늘고 있지만,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에 2005년부터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로 투신하고 있는 김형숙 장기기증 코디네이터를 만나 생명나눔이 이루어지는 생생한 의료현장에서 장기기증의 참된 가치를 들었다. ▲ 김형숙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Q.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크게 두 가지 업무를 합니다. 생체로 장기이식을 하는 수혜자와 기증자에게 상담, 검사 조율과 절차 등을 설명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고, 병원에 등록된 장기이식 대기자를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또한, 뇌사 추정자를 관리하고, 보호자 면담을 통해 장기기증의 동의를 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동시에 뇌사판정이 내려지기까지 모든 검사와 전반적인 상황을 조율하는 업무를 수행해서 장기기증이 잘 이루어질수 있도록 하죠. 저는 장기이식운영팀의 Job Manager 로서 장기이식에 관련한 전 과정을 관리하고, 뇌사자와 관련된 홍보와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뇌사를 판정하는 절차가 궁금한데요. 의료기관에서 뇌사 추정자가 발생하면, 해당 의료기관 의 장기이식센터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의 코디네이터가 환자의 가족들에게 장기기증의 절차와 과정을 먼저 안내드린 후에 선순위 가족 1인의 동의를 얻어서 뇌사판정 절차를 진행해요. 뇌사판정의 과정은 2번의 뇌사조사와 뇌파검사를 통해서 뇌사여부를 의학적으로 판단하고, 뇌사판정위원회의 만장일치 합의를 통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는데 외국에 비해서 매우 엄격한 편입니다. 뇌사 판정을 하는 과정과 함께 장기적 합성 판정 및 수혜자 선정 등을 통해서 장기기증이 이뤄집니다. Q. 유가족들이 기증 후 겪는 어려움이 있나요? 장기기증의 소중한 가치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만, 너무나 급박한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남겨진 유가족이 고민할 수도 있어요. 특히 기증자분이 생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경우,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렸다는 만족감과 자부심을 유가족이 느끼면서도 상대적으로 환자를 고통스럽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을 가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명나눔에 뜻이 있는 분이라면 생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하고가족들에게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Q. 뇌사 추정자의 보호자를 대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나요? 의사 선생님들은 의료적인 측면에서 설명을 하신다면, 장기이식 코디네이터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드리고,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장기기증의 절차를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리려고 노력해요. 또한, 선순위 동의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지만, 가족 전체가 한마음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하실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와 깊이 소통하려고 해요. 더욱이 가족 간의 마지막 이별을 나누는 과정 안에서도 기증하시는 환자와 유가족이 자긍심을 가지실 수 있도록 이별예식에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요. Q. 유가족 예우 프로그램이 갖는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유가족의 아픔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박사학위를 준비하며 미술치료를 공부했는데요. 유가족을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진행하며 결국 치료요법의 방식보다는 자조모임 자체가 가진 치유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 이들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알았죠. 이제는 우리사회가 기증자에게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유가족의 예우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Q. 이 일을 계속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기기증을 통해 환자의 고귀한 생명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높여 사회에 복귀시킬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장기이식 후에 육체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달라지는 분들이 많거든요. 생명을 나눈 기증자분들을 통해 새 삶을 살아가는 생명이 있고, 그 생명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겸허한 마음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이 일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질 수 있었어요. Q. 특히 지난해 뇌사 장기기증이 줄어든 데에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이 있나요? 코로나19로 인해 중환자실과 응급실의 출입과 면회가 제한되면서 뇌사 추정자를 확인하고 기증 동의를 받기위한 보호자 대면 기회가 현저하게 감소했어요. 전화상담으로만 보호자들과 소통하다 보니 보호자들과의 신뢰관계 형성이 제한적이라서 장기기증이라는 선택 앞에서 아무래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어요. Q. 끝으로 제도적으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유가족이 편하게 장기기증을 하실 수 있는 행정적인 부분이 간소화되었으면 해요. 지금은 서류관련 절차들이 굉장히 많은데,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는 매우 곤혹일 거예요. 또한,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서약을 받을 때 장기기증 희망등록 의사까지 묻는다면, 진정한 웰다잉을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됩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4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식 대기 중 사망환자가 느는 것은 이식 대기자가 증가하는 것만큼 장기기증이 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이식 대기자들의 평균 대기기간은 2020년 5월 31일을 기준으로 1,801일이나 돼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020년 말 기준으로 인구100만 명당 9.22명 정도에 불과해 장기기증 선진국인 미국(38.03명), 스페인(37.97명), 영국(18.68명)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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