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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써보는 유언

  • 2020. 12. 24
  • 김지영
  • 이 게시글을 507명이 보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저도 처음 죽어봐서 무슨 말을 남겨야 할 지 모르겠네요. 우선 사랑하는 가족들. 이걸 읽게 되신다면 아마 제가 먼저 떠난 뒤 겠죠? 마지막까지 불효자식인 것 같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저는, 부모님의 딸로, 승일이의 누나로 태어나서 굉장히 영광이었어요. 사랑하는 아빠, 저는 다시 태어나도 아빠의 딸로 태어나고 싶어요. 아빠처럼 책임감있고 다정한 사람을 만나는 게 평생 꿈이었는데, 그 마저도 쉽지가 않았네요. 역시 아빠만한 사람이 없어요..ㅎㅎ 지금 제 나이보다 어린 나이에 절 낳고 기르시면서 고생 많으셨어요. 많은 걸 해드리지 못한 못난 딸이라 항상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표현은 잘 못했지만, 아빠 딸이라서 너무 행복하고 영광이었어요. 다음, 그 다음 생에서도 아빠 딸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 때에는 이번 생보다 오래오래 아빠 곁에 남아있을게요. 세상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승일이도 지금까지 누나랑 떨어져서 잘 지냈으니까 앞으로도 누나 빈 자리 느끼지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어. 어렷을 때 어린이집에 데리러가기도 하고 씻겨주고 입혀주고 놀아주고 같이 안고 자기도 하고 정말 많이 아끼고 사랑스러운 내 동생이었는데 지금은 누나보다 키도 더 크고 점점 어른스러워지는 것 같아. 승일이가 몸도 마음도 더 자라서 우리 가족의 힘이 되어줬으며 좋겠어. 누나인데 용돈도 많이 못주고 얼굴 자주 못 비쳐서 미안해.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더 자주 갔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비록 옆에 있어주진 못하지만 마음은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것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랑한다, 이쁜 내 동생. 내 친구들.. 지혜, 태이, 은지, 동훈이, 현태, 준휘, 정현이, 다해, 성준이, 현중이, 진솔이... 지금 생각나는 건 11명이네. 이름이 적히지 않은 다른 내 친구들도, 내 빈 자리를 너무 크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비록 서로 일상이 바빠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 처럼 항상 너희 옆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알아줬으면 좋겠어. 가장 오래된 친구 지혜야. 매번 툴툴거리고 티격태격하기 바빴지만,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보낸 내 친구. 가까이 살았을 때 더 자주 만나고 여행도 다니면서 같이 있는 시간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았을텐데.. 싸우기도 싸우고 기분 나쁜 일도 종종 있었지만 그래도 너랑 함께하면서 좋았던 날이 훨씬 더 많았어. 평소였으면 낯간지럽다고 말 안했겠지만, 내 친구가 되어줘서 너무 고마웠어. 너가 내 친구여서 정말 다행이야. 다른 친구들도 너무 고마웠어. 더 쓰고 싶지만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비록 남기지는 못하지만 내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어. 마지막까지 너희의 친구로 남아있을 수 있게 되어서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해. 옆에 있진 못하지만 항상 내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허튼 짓 하고 다니지 말고 바르게 살아라.ㅋㅋㅋㅋㅋ 나 없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적당히 슬퍼하고 잘 지내줘. 항상 함께니까! 힘든 일이 있으면 털어놓기도 하고, 언제나처럼 기쁜 일, 슬픈 일 모두 같이 나누고 싶어. 마지막으로 기증 받으신 분들, 이름도, 성도 모르지만 저로 인해서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실 수 있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굉장히 작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라는 사람으로 인해 다시 건강해지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제가 무척이나 큰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소중한 생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후회없이 이 생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이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몫까지 행복하시길.. 끝으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언제나 여러분의 곁에 있으니, 언제나처럼 저의 곁에 남아주세요.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먼저 떠나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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