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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써보는 유언

  • 2021. 07. 15
  • 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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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음엔 조금 더 오래 봐요.

그간 살아온 나의 삶이 얼마나 괜찮았는지 모르겠어요. 끝매듭을 짓는 지금 즈음엔 과연 알 수 있게 되었을까요. 나로 인한 상처보단 좋은 기억들이 당신들의 곁에 머무르길 바라요. 내가 사랑하는 당신들의 마지막을 지키고 떠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지 못한 지금이 아쉽고 미안할 따름이에요. 장기기증 운동 본부와 협약되지 않은 병원에는 기증하지 말아주세요. 보잘것없이 망가진 나의 모습을 보게 될 모습도 미안한데 상실의 끝에 당신들이 혹여라도 상처받을 일은 없었으면 좋겠거든요. 지금의 내 모습이 당신들의 기억 속에 트라우마처럼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속상해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오늘의 이 결정은 제가 살아있는 동안 할 수 있었던 가장 선한 결정인걸요. 저는 떠나지만 남아있어요. 그러니 우리 다음엔 조금 더 오래 봐요.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많이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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