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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인과 이식인

영원한 1번, 우리 딸

  • 2023. 0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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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15일, 오민애 씨의 딸 지소진 양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눈부셨던 짧은 생을 마감하며, 

7명의 아이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지소진 양의 어머니 오민애 씨





“우리 아이요? 

정말 예뻤죠. 제 기억 속 소진이는 

여전히 11살 꼬맹이에서 멈춰있는데,

세월은 어느덧 무심하게 흘러 살아있었다면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겠네요.”



초등학교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는 오민애 씨는 소진 양 또래의 어린 학생들을 볼 때마다 11년 전 세상을 떠난 딸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민애 씨는 지금도 소진 양의 생일인 12월 28일이 되면 주인 없는 케이크 앞에 앉아 타들어 가는 촛불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을 훔친다. 


“그리움이란 건 지독한 짝사랑 같아요.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줄 수조차 없으니까요….”


새하얀 함박눈이 내리던 겨울날에 태어나 유난히 눈을 좋아했던 소진 양은 무엇이든 잘 해내는 대견한 딸이었다. 일찍 철이 들어 어린 시절에도 반찬 투정 한번 없었던 소진 양은 의젓한 성격에 시험만 봤다 하면 만점을 받을 만큼 명석한 아이였다. 예체능에도 재능이 출중해 첼로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국가대표를 꿈꿀 만큼 태권도도 좋아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지소진 양이 생전 태권도 대회에 참가한 모습



2012년 11월 4일, 소진 양이 쓰러지던 그날은 논산시 태권도 대회가 있던 날이었다. 열심히 준비한 덕에 금메달을 목에 건 소진 양은 곧 있을 전국체전을 생각하며 한껏마음이 부풀었다. 그날 저녁, 모녀는 우승을 자축하며 소진 양이 평소 가장 좋아하던 떡볶이와 삼겹살을 배불리 먹고 곤히 잠들었다.


행복한 시간이 이어질 것 같던 깊은 밤, 갑자기 소진 양이 의식을 잃었다. 인근 병원에서는 손쓸 방법이 없어 곧장 큰 병원으로 옮겨진 소진 양은 뇌출혈을 진단받았고, 검사 결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동정맥 기형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초 6시간을 예상했던 수술은 뇌부종이 심각해 3시간 만에 끝이 났고, 소진양은 곧 뇌사 추정 상태에 이르렀다. 



“수술실 문이 예정보다 빨리 열렸을 때, 

엄마로서 이게 우리의 끝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아이의 손을 

도저히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소진 양이 쓰러지고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새벽 4시에 중환자실로 들어가 아이의 손을 잡고 기도했다는 민애씨는 장기기증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기증하는 날 새벽까지 망설였어요. 아이를 편하게 보내줘야 하는데, 내 욕심 때문에 더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너무 괴로웠거든요. 그러면서도 소진이의 장기를 이식받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차마 취소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 아이들은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 생명을 담보로 희망을 저버리게 할 수 없잖아요.”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지만, 기증 후 오랜 시간 죄책감에 짓눌렸다는 민애 씨는 2018년 도너패밀리와의 만남이 큰 위로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같은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을 처음 만나게 된 거예요. ‘나만 느꼈던 슬픔이 아니었구나. 나만 느꼈던 죄책감이 아니었구나. 자식을 먼저 보낸 사람들의 마음은 다 똑같은 거구나.’ 굳이 힘들게 설명하지 않아도 ‘내가 다 알고 있고, 당신 참 애썼어.’라고 위로해 주시는 게 느껴졌어요.” 


이후 소진 양이 그리운순간마다도너패밀리커뮤니티에글을남긴다는민애씨는지난4월, 보라매공원에서 진행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 건립 기념식에도 참석해 많은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소진이의 생명을 이어받은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거창한가요? 사실은 그저 건강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기도하고 있어요.” 먼 훗날 사랑하는 딸을 떳떳하게 만나기 위해 매사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민애 씨는 소진 양이 남긴 숭고한 사랑을 이어가고자 장기기증 희망등록에도 동참했다.



“소진아. 

엄마 딸로 살아주어서 고마워. 

엄마는 너로 인해 정말 행복했단다…. 


사랑하는 내 아가야, 

너는 언제까지나 엄마에게 

‘영원한 1번’일 거야….” 




민애 씨는 습관처럼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도 지독한 짝사랑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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