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로고

희망이야기

기증인과 이식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2022. 03. 14
  • 이 게시글을 506명이 보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뜻깊은 일을 하고 떠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할 것 같아요.”



얼마 전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있을 오빠 낙훈 씨가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묻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장지예 씨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의 오빠 故 장낙훈 씨는 지난해 10월, 각막기증으로 새 빛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동생 지예 씨는 마지막까지 아낌없이 나누고 떠난 오빠를 통해 생명나눔의 자긍심을 얻게 됐다고 했다. 


각막기증인 故 장낙훈 씨의 모습



따뜻하고 

성실했던 장남


3남 2녀 중 맏이로 태어난 장낙훈 씨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 일찍이 생계를 책임지고자 10대때부터 목수로 일하기 시작했다.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이 모은 돈으로 동생들의 학용품을 사주거나 입학금을 대신 내주었다. 


“어린 시절 오빠와 함께한 기억들이 생생해요. 집안의 책상, 장롱 등 오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어요. 동생들을 잘 챙겨주었던 착하고 성실한 오빠였어요. 어려웠던 시절이었지만 오빠가 사준 고급 연필 한타를 들고 학교에 가서 자랑했던 순간들도 기억나네요.” 


지예 씨는 무려 50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힘들게 모은 돈을 동생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주던 오빠 낙훈 씨를 떠올리면 지금도 고마운 감정이 일렁인다고 이야기했다. 목수로 일하던 낙훈 씨는 더 다양한 경험을 쌓고자 일본으로 건너가 10년간 인테리어 시공을 배우며 일하기도 했다.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쉼없이 달려온 그의 인생은 지난해 10월, 70세의 일기로 마침표가 찍혔다.


5월 28일, 인테리어 시공을 하다 갑작스럽게 쓰러진 낙훈 씨의 소식을 전해 들은 지예 씨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여러 검사를 통해 알게 된 낙훈씨의 병명은 뇌출혈이었고, 이미 손쓸 수 없이 상태가 나빠져 수술조차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오빠에게 언제 쇼크가 올지 모르니 늘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오빠를 요양병원으로 옮겼어요. 이후 점점 상태가 나빠져 말이 어눌해지기 시작했고, 하체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기능에 문제가 생겨 침대에만 누워있게 됐죠.”



각막기증으로 남긴 

아름다운 유산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오빠와의 이별 앞에 지예 씨는 불현듯 장기기증을 떠올렸다. “신장을 기증한 분과 이식을 받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보며, 장기기증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빠를 허망하게 떠나보낼 수 없어 마지막 순간만큼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의료진에게 장기기증에 대해 문의하며 우연히 본부를 알게된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어 사후 각막기증의 절차와 과정에 대해 상세히 물어보았다.



“오빠의 나눔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보다 소중한 일은 없을 것 같다고 

가족들끼리 뜻을 모았어요. 

환자와 그 가족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잖아요.”



힘겨운 투병생활로 5개월의 시간을 버텨온 낙훈 씨는 10월 21일, 끝내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본부를 통해 그의 각막기증이 진행됐다. 기증의 모든 과정을 지켜본 지예 씨는 “오빠의 나눔을 준비하면서 각막기증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됐어요. 저 또한 꼭 누군가에게 빛을 주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오빠의 선하고, 맑은 눈이 한 줌의 재가 아닌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이 되어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감동을 느낀다는 그녀는 요즘 만나는 이들에게 장기기증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생전 장낙훈 씨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찍은 사진



“목욕탕에 가면 아주머니들에게 꼭 이야기해요. 장기기증에 대해 모르고 있는 분들, 오해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곤 해요. 정말 소중한 일이니까요.”


그녀는 마지막으로 오빠가 남긴 사랑으로 앞을 보게 된 환자들의 밝아진 시야만큼이나 생명나눔 운동의 미래도 밝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장례절차가 번거롭지 않을까, 각막기증 과정이 복잡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겠죠. 하지만 캄캄한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환자들을 구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더 많은 환자들이 가족들의 얼굴을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가치 있는 나눔에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랄 뿐이에요.”




목록으로

추천이야기

  • MZ세대, 20대의 장기기증 희망등록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 영원한 1번, 우리 딸

  • 다시 찾은 찬미한 일상

  • 우리는 모두 생명나눔 Hero입니다.

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