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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써보는 유언

  • 2020. 08. 13
  •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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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나에게

안녕? 너에게 미리 유언을 써보다니, 영광이야. 어렸을 적부터 꿈도 많고 호기심도 가득해서 세상은 너에게 놀이터 같았지. 네가 어떤 인생을 살았고,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과 교류했는 지 나만큼은 알지. 감수성도 풍부하고 여려서 쉽게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너를, 늘 격려하고 감싸 안아주었지. 누구처럼 평범한 일상과 삶을 꿈꾼 너이기에, 너의 마지막도 부디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길 바라. 인간은 한 번 태어나면, 삶의 굉장한 소용돌이에 싸여 번개처럼 살다가 어느 사이엔 새로운 세대가 밀고 와서 사라져버리지. 너의 세대에 90년대에서 2100년까지( 사람 평균수명 100세로 해봤어) 어떤 것을 후세에 남겨주었을까? 이미 이전 세대가 갈고 닦아놓은 편안하지만 지루한 길을 걸어가진 않았지? 남들 하라는 거 그대로 따라하진 않았지? '온고지신' 옛 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든다. 이런 말 나는 네 가슴 속에서 빛을 내기를 바라. 너는 분명 삶을 개척하는 사람으로 살아갔을 거야. 이 편지가 그때 되면 참 유용한 것이겠다. 너를 확인해주는 성적서 같은 걸수도 있고, 후세에 남겨지는 좋은 기록이 될 수도 있겠지? 나는 네가 한 평생을 부디 건강하게만 살아갔으면 좋겠어. 세상에는 참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문명이 만들어놓은 이데올로기나 세속적 가치들에 너무 신경 쓰다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잖아? 드라마에 나오는 낭만이나 감수성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가끔은 현실을 챙기면서도 이상을 꿈꿨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게 분명 우리의 건강에 큰 힘을 줄거야.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 중요해. 네 주변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은은한 향기처럼 퍼뜨리는 사람으로 살아갔기를 바라. 사람들마다 저마다 향유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너는 네가 향유하는 가치를 찾아갔으면 해. 그게 나의 마지막 소원이니까.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 너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네가 부디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라. 사랑해. 예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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