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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가요? 사랑방에 놀러오세요!

  • 2019.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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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방지기가 전하는'위로의 방법' 

 

위로가 필요하신가요? 사랑방에 놀러오세요!





영국 킹스크로스역 9와 3/4 플랫폼에 호그와트로 가는 문이 있다면, 서울지하철 충정로역 8번과 9번 출구 사이에는 더욱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고귀한 생명나눔으로 연결되는 문! 


서울특별시가 지원하는 국내 유일 장기기증 홍보관이자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의 쉼터인 '도너패밀리 사랑방'이 바로 그곳입니다. 



▲ 서울특별시 장기기증 홍보관 이자 도너패밀리 사랑방



장기기증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평소 생명나눔에 관심을 품고 있었던 이라면 누구나 대환영! 지나가는 길에 그냥 들러보아도 OK~! 사랑방은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그리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이 사랑방을 지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도너패밀리 모임의 회장 강호님인데요. 그의 주특기는 늘 웃는 얼굴, 재미있는 유머로 사랑방 손님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것이랍니다. (도너패밀리는 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을 일컫는 말입니다.)



▲ 사랑방지기 도너패밀리 강호 회장



아들이 가르쳐준 '위로'


지난 3월 28일은 강호 님의 아들 '강석민 군'이 8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하늘나라 여행을 떠난 날이었습니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강석민 군


19년 전 그날, 이별은 예고도 없이 급하게 찾아왔습니다. 평소 건강했던 석민 군이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얼마 안 가 뇌사 진단을 받았습니다. 가족들은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어렵게 장기기증을 선택했습니다.



▲ 아들을 떠나보낸 후, 아빠는 생명나눔의 가치를 알리며 그리움을 이겨냈다. 



아들을 떠나 보낸 이후, 강호 님은 본부와 함께 생명나눔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습니다. 강단에 서서 중·고등학생들에게 생명나눔의 귀중함을 알렸고, 같은 아픔을 지닌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 '도너패밀리'를 이끌며 서로의 아픈 마음을 부둥켜 안았습니다. 아픔이 다 아물었다 할 수는 없지만, 생명나눔 운동에 참여하며 적잖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며칠 전, 사랑방지기 강호 님이 홈피지기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전미 비평가 그룹상을 수상한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집 '대성당' 속 단편소설입니다.



▲ 단편 소설집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소설 속 평범한 가족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


하워드와 앤 부부, 돌아오는 월요일에 여덟 번째 생일을 맞는 아들 스코티까지.. 세 식구는 평범하게 도란도란 살아가는 가족입니다. 월요일 아침, 등교하던 스코티는 인도에서 발을 헛디디며 지나가던 차에 치이고 맙니다. 비틀거리다가 이내 훌훌 털고 일어난 스코티를 보고 사고 차량 운전자는 수습없이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말한 뒤, 그대로 의식을 잃은 스코티...


의사는 스코티가 곧 나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말합니다. 부부는 그 말에 매달려 희망을 품어보지만, 사흘만에 아들은 세상을 떠납니다. 절망과 분노에 빠진 부부에게 빵가게 주인은 "왜 아들의 생일 케이크를 찾아가지 않느냐"며 독촉합니다. 그런 그에게 울분을 쏟아내는 부부... 뒤늦게 스코티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안 빵집 주인은 어쩔 줄 몰라하며 사과하고, 또 사과합니다.


▲ 평범한 것이 때론 큰 위로를 줄 때가 있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케이크를 조금 드셔보세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어요.

이럴 땐 뭘 좀 먹는 게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도움이 될 거예요."


빵집 주인은 자신의 방법으로 부부를 위로하며 홀로 외롭게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새벽이 될 때까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나누는 세 사람.. 부부는 이상하게도 이 투박한 위로에 마음이 조금씩 진정됨을 느낍니다. 이처럼 위로는 생각보다 어렵거나,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밥 한 끼를 나누는 것의 힘


석민 군의 기일 다음날, 사랑방에 산뜻한 봄바람 따라 반가운 손님이 오셨습니다. 바로 도너패밀리 회원들이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기 위해 모인 겁니다.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와주신 손님들을 위해 사랑방지기가 특별히 준비한 선물도 있었습니다 :D 바로 앞서 소개한 소설집 <대성당>이 인용된 산문집,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입니다.


▲  사랑방을 찾은 도너패밀리들



다음 번에 모일 땐 이 책을 읽고 느낀 생각을 재미있게 나누기로 약속했습니다. 책 선물을 받은 사랑방 손님들은 소녀처럼 웃음소리를 높였습니다. 봄 햇살을 잔뜩 머금은 꽃처럼 생기 넘치는 시간입니다.


석민 군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고 떠난 지 19년. 그리움은 바래지지도 않는지 해가 갈수록 그 크기를 키워갑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위로 되는 것이 있습니다. 석민 군에게 생명을 이어받은 이들이 세상 어디에선가 아들의 꿈까지 이루어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입니다.



 위로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지금 위로가 필요한 이 곁에 함께 있어주세요. 

 그들의 상황과 마음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안아줄 때,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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