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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사람들

다시 살아갈 힘을 얻어 갑니다

  • 2021. 0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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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의 집 이용환자 김기호·유명순 부부


제주 라파의 집에는 어디를 가든 손을 꼬옥 맞잡은 채 다정히 걸어가는 사랑꾼 부부가 있다. 충주에서 온 남편 김기호 씨와 아내 유명순 씨다. 일흔 언저리 노부부의 일상에는 서로에 대한 감사의 인사가 끊이질 않는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두 사람이 유달리 애틋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부부는 충주에서 작은 철물점을 운영하며 성실히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오토바이로 배달을 간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들의 일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2004년 사고를 당한 남편은 1년간 병원에 입원해 몇 차례 큰 수술을 거듭해 받았고, 치료비로 전 재산을 쏟아부었다. 아내는 간병을 하는 내내 보호자 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남편을 살리는 데에 전념했지만, 안타깝게도 교통사고 충격으로 부서진 뼛조각이 시신경을 끊으면서 남편은 시력을 잃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치료를 위해 복용한 독한 약물 탓에 신장이 망가지면서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내는 힘들수록 더 웃었다. “힘들다고 내뱉는 순간 무너질 것 같았어요. 마음은 억울하고 화가 나고 미치겠는데, 제가 그렇다는 걸 알면 남편은 더 힘들잖아요. 그래서 웃었어요. 웃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 속에 아내를 버틸 수 있게 해준 단 한 가지 사실은 남편이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고 세 아이를 돌보면서도 앞을 못 보는 남편과 함께 이틀에 한 번 투석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기댈 곳 하나 없이 몸도 마음도 지쳐갈 때쯤 부부는 투석 병원 원장으로부터 라파의 집을 추천받게 되었다. 


힘겨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도착한 제주에서 마주한 라파의 집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투석 치료와 숙소, 식사를 한 공간에 해결할 수 있고, 치료가 없는 날에는 제주 곳곳을 관광시켜 주다니 꿈만 같았다. 아내는 근심과 걱정은 잠시 내려놓은 채 남편의 손을 잡고 지칠 때까지 올레길을 걸었다. 숨차도록 앞만 보고 달려온 삶에 처음으로 쉼표를 찍어준 것이다. 그 후로 부부는 삶에 치여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라파의 집을 찾고 있다.


“라파의 집은 정말 고마운 곳이에요. 남편만 치료해 주는 게 아니라 제 마음까지 낫게 했어요. 이곳에 오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어요.” 라파의 집은 황혼을 향해 걸어가는 두 사람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삶의 기쁨을 선물해 주는 고마운 안식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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