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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취재, 장기기증 "선한 영향력을 전하겠습니다"

  • 2021.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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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27일, 제게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드디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제일 정신없는 시간이라는 ‘출근 전’에 말입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휴대폰으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1분 만에 장기기증을 약속했습니다. 희망등록의 항목은 세 가지가 있었는데, 그냥 다 신청했습니다. 이왕 하는 거 아낌없이 드릴 수 있으면 좋으니까요.


갑자기 아무 생각 없이 쉽게 결정한 건 아닙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를 접하고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취재하면서 ‘결심’이라는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진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는 이 원고 마감 기한일이 아니었다면 또 바쁘다는 핑계로 미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결심만은 확고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두 달 전 본부 홍보팀 직원을 만나면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비롯해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을 잘 챙겨보지 않았고, 길에서 열리는 캠페인이 있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지나가는 버릇 때문인지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본부 직원과의 만남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최근 청소년 희망등록자가 급증했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9년 7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만 16세 이상부터 부모의 동의 없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날 듣게 된 모든 이야기는 매일 사건·사고를 취재하고 기사 마감에 시달리는 등 잔뜩 지쳐 메마른 제 감정에 오랜만에 내린 단비와 같았습니다. 


본부에 희망등록을 한 후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김나원(19) 양, 조정화(19) 양 그리고 김수안(18) 양을 전화로 만났습니다. 나원 양은 “아픈 아기들이 꿈을 가져보지도 못하고 병원에 계속 있는 게 마음이 아팠다”며 “저는 죽으면 끝이지만 아기들은 저로 인해 새로운 시작을 선물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기증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정화 양은 “최대 9명에게 생명을 선물해 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했고 수안 양은 “의미 있는 생일을 보내고 싶어 생일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등록했다”고 말했습니다. 수줍지만 당당하게 말하는 세 친구들을 보며 ‘어른인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희망등록을 언젠가 꼭 해야겠다’ 는 막연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결심한 순간은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에 나온 이야기와 비슷한 실제 사연의 주인공들을 취재하면서였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딸이 간을 이식 받아야 하는 간절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장기이식이 누군가의 죽음에서 오는 행운이기에 기도하는 것 자체가 죄송했다는 이식인의 어머니 이승아(34) 씨였습니다. 딸 리원(6) 양은 다행히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이 씨는 딸이 간을 이식받은 후 “기증자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조금이라도 그 마음을 갚고자 바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나중에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하늘에서 뿌듯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어 통화한 두 번째 주인공은 지난 2003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친어머니를 22년 만에 찾은 이상영(47) 씨였습니다. 이 씨는 어머니와 재회한 지 7년 만에 다시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라 처음에는 장기기증을 권유받고 화를 내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기가 손상되기에 고민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고 합니다. 이 씨는 “어머니의 장기로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들었다” 며 “생전에 봉사를 많이 하셨던 분이라 저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 싶어서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셨습니다. 그 후 이 씨 부부는 바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하고 장기부전 환자들을 위해 본부에 후원도 하고 있습니다. 이 씨가 “기자님은 아직 안 하셨어요? 아휴 그 좋은 걸 왜 안 하세요~” 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순간 ‘아, 내가 왜 여태 말로만 한다고 하고 막상 실천을 안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기증인 또는 이식인의 가족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가 제게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큰 감동과 용기를 줬습니다.


“이상영 사장님, 저 드디어 참여했어요!” 요즘 우편함을 볼 일이 별로 없는데, 곧 도착할 장기기증 희망등록증과 스티커 덕분에 일주일은 택배를 찾는 설레는 마음으로 우편함을 들여다 볼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생명나눔을 약속하고, 장기기증 희망등록증을 기다리는 설렘을 느낄 수 있도록 저도 기사를 통해 장기기증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중앙일보

정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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