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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

기증인과 이식인

생명나눔은 거짓 없는 명제

  • 2024. 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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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산행을 즐기며 

생존 시 장기기증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편견을 몸소 불식시키는 이가 있다.





2015년 생면부지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한생존 시신장기증인 이영천 씨다.




치열한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청춘의 꿈을 불태운 이영천 씨는 27년간 건설업에 종사하며 새벽에 출근해 늦은 저녁 퇴근하는 일상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던 그가 얼마 전 시골로 낙향하여 이제야 자연을 벗 삼으며 꿈에 그리던 황혼기를 누리고 있다.


10여 년 전 인생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던 이 씨는 환갑을 앞두고 생존 시 신장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신장기증의 계기에 대해 지난한 인생을 사는 동안 다양한 인간상을 경험하며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만큼 깊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생각하는 건 하나였어요.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당연히 도와야 한다. 

내 이웃의 피폐해진 삶을 공감해 주고,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는 건 

인지상정이다.'라고요." 



신장기증 가능 연령의 마지노선인 예순의 끝자락이었던 이 씨는 2015년 7월23일 당시 신장 기능이 5%밖에 남지 않았던 40대 남성에게 자신의 신장을 나눴다.




신장기증, 

아름다운 동행의 시작



수술 후 회복을 위해 병실 복도를 걷던 이 씨는 우연히 자신의 신장을 이식받은 김동조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씨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김 목사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서로 반씩만 아파도 안 죽고 살아 있으면 그게 행복한 일'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고, 김 목사에게 두 번째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때 맺은 둘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 새생명나눔회1)에서 함께 활동 중이다. 


두 사람은 재작년 생존 시 신장기증인과 이식인이 함께 걷는 '신기한 동행'에 참여해 해파랑길 99.9km 릴레이 걷기를 완주했고, 올해 초에는 LG헬로비전 프로그램 <엄홍길의 산악버스>에 출연해 강원도 양구 봉화산을 나란히 오르기도 했다. 이 씨는 당시에도 미처 등산 스틱을 챙겨오지 못한 김 목사에게 자신의 스틱 한쪽을 나누어 느린 발걸음이지만 함께 설산을 등반했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2022년 '신기한 동행'에 참여한 신장이식인 김동조 목사(왼쪽)와 이영천 씨(오른쪽)



"신장기증을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기증인이라는 허명보다는 장기부전 환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이 씨는 자신의 선행이 드러나기를 바라지 않지만, 생명나눔 운동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면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만성신부전 환자 수가 30만 명에 이르고, 연간 진료비는 2조 원이 넘어요. 국가 재정적으로만 보더라도 큰 문제인 만큼, 우

리 사회가 장기기증 문화 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해요."


삶에 대한 깊은 내면의 성찰과 장기부전 환자들을 향한 사회적 응시로 신장을 기증할 수 있었던 이 씨는 신장이식 결연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장기부전 환자들의 고된 투병 생활이 하루속히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단 한 번의 생명나눔이 

일주일에 세 번씩 혈액투석 치료를 받으며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는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꼭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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