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야기
기증인과 이식인
반쪽이기에 행복한 우리 모자母子
- 2024. 0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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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웃는 모습이 꼭 닮은 어머니 엄해숙 씨와 아들 윤현중 씨.
한마음 한뜻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 모자에겐 특별한 공통점이 또 있다.
두 사람 모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생면부지 환자에게 신장 한쪽을 나눈 생존 시 신장기증인이라는 것이다.
생존 시 신장기증인 엄해숙 · 윤현중 모자
삶의 풍파 속에서도
빛나는 나눔의 힘
"어머니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하신 분이에요. 홀로 두 아들을 키우시느라 온갖 고생을 다 하셨죠." 50여 년 전,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화장품 판매부터 보험설계사에 이르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는 엄해숙 씨. 엄 씨는 여성의 경제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두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타지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을 정도로 힘든 세월을 이겨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삶이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발 벗고 나설 정도로 인정이 많았던 엄 씨는 늘 나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저는 소망이 있었어요. 아들들이 독립하게 되면 남은생은 꼭 제 손과 발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살겠다는 소망이요."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간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엄씨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간을 나누고자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엄 씨의 용기에도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간기증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3개월 뒤 그는 엄 씨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이를 계기로 장기기증의 가치를 절실히 깨달은 엄 씨는 수소문 끝에 본부를 찾아와 신장기증을 약속했다. 그리고 2003년 10월, 엄 씨의 생명나눔으로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만성신부전 환자가 새 삶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 이식인을 만났을 땐 손바닥이 노랬었는데, 갈수록 손바닥과 얼굴에 혈색이 도는 것을 보니 얼마나 놀랍고 감사하던지요. 기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존 시 신장기증인 엄해숙 씨
이후 엄 씨는 2012년 전국 새생명나눔회 회장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경기지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13년째 생존 시 신장기증인 및 이식인들과 함께 생명나눔 운동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어머니는 내 인생
나눔의 등불
"아픈 환자가 자신의 소중한 가족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고 싶을 거예요." 14년 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금장 훈장을 받았을 정도로 고등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헌혈에 참여해 온 아들 윤현중 씨. 넉넉지 않은 시절에도 소외된 이웃을 섬기던 어머니의 온정은 아들의 삶에 나눔의 등불이 됐다.
"어머니의 신장기증을 지켜보며 저도 더 늦기 전에 새 생명을 간절히 기다리는 분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었어요."
윤 씨는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생명을 나눈 어머니를 본받아 신장기증을 결심했고, 2011년 12월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 속에 8년간 만성신부전으로 투병하던 30대 남성에게 생명의 기적을 선물했다.
2011년 12월 윤현중 씨의 신장기증 당시 방송 인터뷰 화면(출처 YTN뉴스)
"신장기증 후 이식인을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날은 제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었어요. 이식인과 그의 아내, 그리고 저까지 세 사람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벅찬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거든요. 새 삶을 선물 받은 이식인이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기만을 바랍니다."
생명나눔의 산증인인 엄 씨 모자는 현재 운영 중인 사업장을 생명나눔가게로도 등록하며 장기기증의 숭고함을 알리는 일에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신장기증을 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기기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도 장기기증의 고귀함을 널리 알리는 일에 함께하고 싶어요."
생명나눔 문화의 정착을 소망하는 두 사람의 원대한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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