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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고 떠난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기억합니다

  •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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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나는 여전히 살아있어.'


오늘 이 순간에도 고승민 씨는 마음속에 울려 퍼지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큰 위로를 얻는다. 평생 베풀며 살아왔던 어머니께서 마지막까지 장기기증으로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향년 85세 고령에도 생명을 살린 어머니의 나눔은 고 씨 가족들에게 특별한 유산이 되었다.


▲ 뇌사 장기기증인 故 이금례 씨


지난 2월 1일, 고 씨의 집에는 설 명절을 맞아 형제들과 그 자녀, 손주들이 오랜만에 모여 이야기꽃이 피어올랐다. 올해 85세가 된 고 씨의 어머니 이금례 씨는 세 아들 내외부터 증손주에 이르기까지 자손들의 세배를 받고, 평소처럼 가족들에게 따뜻한 덕담을 건넸다. 이어 가족들은 그동안 감사했던 일들을 한 명씩 돌아가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한참을 귀기울이던 이 씨는 "코로나19 속에서도 2년간 우리 가족 모두가 건강할 수 있어 감사하다."라며 자신이 느낀 마음을 전했다.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가진 이 씨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방에 들어갔고, 이내 잠이 들었다.


"갑자기 막냇동생이 소리를 질렀어요. 어머니가 숨을 안 쉰다고 말이죠."


이날 오후, 가족들은 잠들어 있던 중 의식을 잃은 이 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설상가상으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이 씨에게 심정지가 찾아왔다. 다행히 심폐소생술을 통해 심장기능은 되찾았지만, 병원에 도착한 이 씨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이 씨의 병명은 뇌출혈. 고령이라 수술조차 힘든 상황이라는 사실에 가족들은 큰 절망에 휩싸였다. 그리고 의료진은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한 이 씨가 뇌사 상태로 추정된다며 고 씨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권유했다.



"어머니께서 우리 가족에게 늘 당부하신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절대 연명 치료는 하지 말고, 

장기기증을 하게 해 달라는 말씀이었죠."


▲故 이금례 씨의 아들 고승민 씨


사실 지난 2007년 고 씨 가족이 함께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생명나눔 캠페인이 진행돼 고 씨뿐 아니라 어머니 이 씨도 그 자리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이후 이 씨가 평소에도 자주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밝혀왔기에 가족들은 그 뜻을 존중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이에 2월 4일, 故 이금례 씨는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간을 기증하며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던 한 생면부지 환자를 살리고 떠났다.



한 알의 

밀알처럼


이 씨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다.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홀로 세 아들을 키우며 녹록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이 씨는 깊은 신앙심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쉬지 않았다. 주변에 어려운 이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늘 도왔다는 그녀는 최근까지 직접 경동시장을 찾아 식재료를 구입해 음식을 만들어 어려운 주변 이들에게 베풀기도 했다.


고 씨와 가족들은 앞서 간 길을 통해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한 어머니의 뜻을 이어가고자 국가에서 장제비와 진료비 명목으로 지원한 540만 원 전액을 이 씨가 평소 돕던 개척교회와 선교사역을 위해 헌금했다.


▲고승민 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는 김동엽 상임이사


"갑자기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마음이 힘들어 견디기가 어려웠어요. 이런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큰 위로가 된 사실이 있어요. 바로 어머니의 생명을 이어받아 살아가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에요."라고 말한 고 씨는 생전 어머니의 따뜻한 온기를 이어받았을 이식인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더불어 지금쯤 어딘가에서 건강을 회복해 살아가고 있을 이식인에게 인사도 건넸다.



"어머니의 나눔이 이식받은 분의 삶에도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생명을 선물 받은 그 기적 같은 순간을 기억해 주시고,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 사랑을 나누며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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