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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생명의 희망을 남기다

  •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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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일, 순수 신장기증인 故 박옥순 씨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시신을 기증했다. 생전 생면부지의 신부전 환자를 위해 신장기증을 하며 소중한 생명을 나누었던 박 씨가 마지막 길에도 시신을 기증하며 고귀한 나눔을 실천한 것이다.


시신 기증이 있기 이틀 전인 1월 3일, 박옥순 씨는 국내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남긴후 소천했다. 


"신념이 곧고, 특히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일에는 한 번 결심하면 흔들림이 없었다."라고 고인을 회상한 언니 박옥남 씨는 사랑하는 동생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생전 뜻에 따라 가족 모두가 시신 기증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이어가는 중에도 끝까지 나누는 삶을 살고자 했던 동생의 마지막 소원이 실현되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내 최초 

자매 신장기증인



"우는 자와 함께 울고 기뻐하는 자와 함께 기뻐하며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것이 

우리 자매의 평생 소명입니다." 


▲지난 2009년 언니 박온남 씨와(오른쪽) 본부 행사에 참석한 故 박옥순 씨(왼쪽)의 모습



故 박옥순 씨가 1999년 3월 12일, 48세의 나이로 자신의 신장 하나를 장기부전 환자를 위해 기증했을 당시 언니 박옥남 씨가 남긴 말이다. 고인이 신장을 기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한 언니 박 씨는 고인보다 6년 앞서 순수 신장기증인이 되었다. 당시 자매가 모두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오남매 중 둘째와 셋째로 서로에게 가장 각별한 사이였다. 30년 전 어머니를 먼저 여읜 후 언니 박옥남 씨를 어머니처럼 따랐던 고인은 신장기증 당시에도 '우리 언니를 봐라. 신장 하나 떼주고도 얼마나 건강하느냐.'라며 만류하는 가족들을 설득했다.


사실 동생 박옥순 씨가 자신에 이어 신장 하나를 기증하겠다는 결심을 처음으로 밝혔을 때, 언니 박옥남씨 역시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수술이 어려웠을뿐더러 그만큼의 아픔도 뒤따랐기때문이다. 하지만 박옥순 씨는 '아픔을 감수하지 않고, 어떻게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겠느냐.'라며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고,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이해하는 박옥남 씨는 동생을 손수 간병하며 회복을 도왔다.


이후 자매는 본부의 신장기증인과 이식인의 모임인 '새생명나눔회'의 일원으로 함께 참여하며 장기기증 홍보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옥남 씨는 생전 고인이 "신장을 떼어낸 자리에 다시 신장이 자란다면 몇 번이라도 더 나눠주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자주 말해왔다고 회상했다.



생애 마지막 소원도

'나눔'


故 박옥순 씨는 20대의 한 젊은 여성에게 신장을 기증한 후 극심하게 시달리던 두통에서 벗어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며, 건강한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9년에 위암 3기를 진단받게 되었다. 당시 심장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 항암치료도 어려웠다. 결국 암은 폐로 전이되어 지난해 3월, 한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이 쉽지 않았다. 


이에 고인은 가족들을 불러 모아 더는 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 편안하게 임종을 기다리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시신 기증의 뜻도 전했다. 박옥남 씨는 "병마 속에서도 이타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던 동생의 마지막 모습은 생전 평온한 모습 그대로였다."라며, 시신 기증 후 경희대학교 측이 건넨 '고인이 보여주신 숭고한 사랑과 희생정신은 전체 경희인은 물론 후대 자손들의 마음속에 길이 빛나리라 믿으며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감사장을 어루만졌다. 


또한, 박 씨는 "동생의 시신 기증을 곁에서 지켜보며 가족 모두가 시신 기증에 대한 뜻을 마음에 품었다."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웃을 위해 쓰임 받기를 원했던 동생의 나눔이 우리 사회에 많은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옥남 씨는 가장 아꼈던 여동생을 떠나보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박옥순, 내 사랑하는 동생아. 

그토록 그리워했던 어머니와 함께 

천국에서 편하고 행복하게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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