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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우체통

심장은 제 가슴속에서 다시 뛰고 있습니다.

  •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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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던 저는 

몸속 딱 한 군데를 치료했더니 

마법처럼 다시 건강해졌습니다. 

그 하나는 바로 심장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심장이식인입니다.

2019년 봄, 24살의 또래들처럼 군대를 무사히 전역하고 대학교에 복학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몸이 저에게 이상신호를 보냈습니다. 경사가 없는 평지를 걷는 것도 힘들어진 저는 ‘감기인가?’ 하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여러 가지 검사 끝에 알게 된 병은 발병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희귀난치성 심장병’이었습니다. 지방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려워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약물치료로는 몸이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다른 장기들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되었습니다.


심장의 기능은 10%밖에 남지 않아서 가만히 있어도 호흡이 힘든 상황이었고, “이 심장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라는 의료진의 소견으로 인공심장 수술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무거운 배터리로 유지되는 인공심장을 몸에 지닌 채 1년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힘들고 길었던 2년간의 투병 기간,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내준 분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한 기증인이었습니다.


기증인의 심장을 이식받고 다시 깨어났을 때, 지난 2년 동안 시체처럼 차가웠던 제 몸에 혈액이 돌아 발바닥까지 따뜻해진 것을 느꼈습니다. 이후 ‘다시 태어났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멋지게 살아보자.’라는 생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취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심장을 이식받아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제 이야기를 하면 듣는 사람마다 반응이 제각각입니다. 누군가는 하늘나라로 떠난 기증인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유가족들의 결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모두 맞는 이야기입니다. 저 또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던 저에게 건강한 심장을 기증해주신 기증인과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깊은 고마움을 품고 저는 매년 생일을 두 번 챙기고 있습니다. 첫 번째 생일은 부모님이 저를 낳아주신 날이고, 두 번째 생일은 이식수술을 받은 날입니다. 두 번째 생일에는 항상 제게 심장을 기증해 주신 분과 유가족들을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합니다.


제 가슴속에서 심장은 지금도 뜨겁게 뛰고 있습니다. 이 뜨거움과 감사함을 평생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2022년 12월

 심장이식인 김상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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