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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인과 이식인

췌장이식인 변지현씨의 편지

  • 2020.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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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우체통

"꽃피는 계절, 저도 활짝 피었습니다"


 

 



2020년 4월 11일, 글을 쓰는 오늘은 제가 새로운 생명을 선물 받은 지 393일째 된 날입니다.

한 달 전에는 첫 돌을 기념하기도 했습니다.

매 순간 느끼지만 이렇게 건강하고 밝게 살고 있는 것이 놀랍고 감사할 뿐입니다.


저는 13살이 되던 해에 자가면역질환에 의해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제 병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던 때여서 주변의 이해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을 숨기고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을 했지요.


몰래 숨어 주사를 놓고 혼자서 혈당검사를 하는 일은 제게 일상이었습니다.

수차례 저혈당에 빠져 쓰러지기도 하고 반대로 고혈당에 쓰러지기도 여러 차례….

때문에 늘 주위 사람들의 눈에는 비밀이 많고 조용한 아이로 여겨졌습니다.

그렇게 제 스스로를 한계에 가둔 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새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 걸을 수 있는 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과 먹은 것을 제대로 소화시켜주는 여러 기관들….

밥 한 공기 먹고 편히 자보는 것이 꿈이었던 제가 지금은 남들처럼 꿈을 좇을 수 있게 됐습니다.

더 이상 울지 않습니다. 매일이 즐겁고 희망이 가득합니다.


마침내 진정으로 원하는 ‘나’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할 수 있을까?’ 확신을 갖지 못하고 망설였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더 이상 하지 못할 일은 없습니다.

‘나’라서 안 되는 이유도 없습니다. 얼마 전 새로운 꿈이 생겨 다시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조금 늦은 나이지만 제게 주어진 이 시간들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기에 허투루 살아갈 수 없습니다. 꽃이 피는 계절입니다. 저 또한 피고 있습니다. 고마운 분들 덕분에 이렇게 피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 마음에는 꽃이 피기 시작했던 이 계절의 향기가 가득할 것입니다.

이 향기가 여러분들에게도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췌장이식인 변지현씨


위 편지는 지난해 3월 16일 뇌사자로부터 췌장을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한 변지현 씨가 새로운 삶에 감사하며 쓴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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