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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한걸음 다가가는 2021년이 되기를...

  • 2021.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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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이면 됩니다, 아니 3분이면 돼요!”


수년 전 대학생 때였습니다. 공강 시간이 길게 남아 지루하던 차에 교양과목 건물 1층 한 편에서 절박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엇이기에 저렇게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을까, 홀린 듯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봤습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할 수 있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부스였습니다.


지금 덜컥 등록을 해버리면 나중에 번복하지도 못하는 게 아닐까,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게 아닐까 막연한 두려움과 망설임이 일었지만 남는 게 시간이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캠페인 담당 직원이 설명해주신 내용에 따르면 제 우려들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실제 기증을 앞둔 순간이 왔을 때에는 가족들끼리 다시 상의해 기증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고, 등록 후 귀찮은 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후, 신분증에 붙일 수 있는 장기기증 희망등록 스티커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일 중 하나인,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수년이 흘러 기사 마감에 쫓기고 있던 바쁜 오후 시간대, 갑자기 울린 휴대폰 벨소리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팀장님이셨습니다. 으레 오는 보도자료 안내 전화를 주신 거겠거니, 생각하며 말씀을 듣고 있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예상치 못한 깜짝 놀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6년 만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7만 명대 아래로 떨어졌어요, 기자님.” 원인은 코로나19였습니다. 장기기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게 해줄 존재는 3분 안에 장기기증에 대한 핵심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대면 홍보자입니다. 그런데 대면 홍보가 불가능해지면서 일반인들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할 기회도 함께 줄어들게 된 겁니다. 


2019년 9만 350명에 비해 25.7%나급감한 6만 7,161명에 그치면서, 장기이식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은 하루하루 더 피가 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수가 6만 명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기사는 더러 보도된 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6만명대를 맞이하게 돼버린 2021년, 이 절박한 상황을 담은 기사는 아직 없었습니다. 고민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누구의 이야기를 담아야 하느냐’였습니다.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환자 분들의 절박함을 담을까 생각했지만 혹시나 독자 분들께 부담을 드릴것 같아 걱정됐습니다. 대신 독자들에게 장기기증이 가진 희망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이 시국에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해주신 강현지 씨와 국내 심장이식 환자 중 두 번째로 출산에 성공해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의 100일을 맞은 김지은 씨의 이야기를 실을 수 있었습니다.


대면 인터뷰조차 불가능해 전화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생명을 나누고 선물 받은 이들의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음식을 씹는 것조차 버거워 삶의 의지를 모두 잃었던 지은 씨에게 찾아온 새 심장은 지은 씨의 삶뿐만 아니라 홍라율 양이라는 생명까지 새로 태어나게 했습니다. 또한 현지 씨의 의미 있는 결단은 언젠가 또 다른 지은 씨와 라율양 같은 인생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기사를 내고 나서는 메일과 문자 몇 개를 받았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많은 피해를 만들고 있지만 장기기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줄은 몰랐다며, 희망 등록을 해야겠다는 시민 분들의 소중한 다짐이 담겨있었습니다. 한 명이라도 희망등록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도왔다면 제 기사는 할 일을 다 한 것입니다.


다만 욕심을 조금 더 부리자면, 앞으로 기사가 조금 더 읽혀서 더 많은 다짐들이 가능해졌으면 합니다. 가장 좋은 일은 아무래도 대면 홍보가 가능해지는 것이겠지요. 수년 전 대학생이던 저처럼 아무 생각이 없던 일반인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아직 우리를 괴롭히는 오늘,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온라인 서약으로 대체가 가능하고, 전화로 설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제 기사를 읽으면서 장기기증의 의미를 되새겨 보실 수도 있겠지요. 이 시국, 국민 모두가 한 발자국씩만 더 움직여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많은 시민 분들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부스에 서 만날 그날을 기다립니다. 그날의 풍경을 담은 기사를 쓸 날을 바라고 또 바라겠습니다.



한국일보 사회부 사건이슈팀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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