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야기

기증인과 이식인

내 아들의 심장은 아직 뛰고 있어요

  • 2021. 0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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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카네이션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어버이날, 김용철 씨는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9년 전 세상을 떠난 막내아들이 더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2012년 8월, 김용철 씨의 아들 故 김원중 씨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며 4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천사 같은 우리 아들 원중이”


중소기업을 운영했던 김용철 씨는 사형제의 맏형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남부러울 것 없이 다복했다. 특히 우애가 좋은 두 아들은 김 씨의 자랑이었다. 유난히 아버지를 잘 따랐던 아이들은 김 씨와 나란히 앉아 공부하기를 좋아했고, 틈만 나면 전국 방방곡곡을 함께 여행했다. 김 씨의 넘치는 부정을 받으며 두 아들은 마음이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했다. 특히 둘째 아들 김원중 씨는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잘 돌보는 등 교우 관계에서도 그의 따뜻한 성품은 빛났다. 또 할머니의 어깨를 주물러드리거나 엄마의 기분을 살펴 위로해 줄만큼 가족들에게도 다정다감했다. 특히 아이들을 좋아하고 외국어가 출중해 교사를 꿈꾸던 그는 건국대학교 일어교육과에 진학했다. 학과 학생회장을 맡아 교내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교생실습을 나간 중학교에서는 “이렇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생 선생님은처음 본다.”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몰랐어요…” 


2012년 8월, 당시 만 26세였던 원중 씨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경기도 연천군으로 향했다. 연천군에 초청된 일본인들의 통역을 돕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아들을 배웅하며 학업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열심인 모습이 내심 자랑스러웠다. 


원중 씨가 봉사활동을 떠나고 며칠 뒤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쏟아지는 빗소리에 선잠이 들었던 김 씨는 늦은 밤 전화 벨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지금도 생생해요. 원중이가 길을 건너다 과속으로 달려오던 승용차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거예요.” 군청 직원에게 연락을 받은 김 씨는 아내와 함께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아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게다가 시골 병원이라 중환자실이나 수술을 감당할 만한 의사가 없었고, 서울로 이송된 다음날아침에야 제대로 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원중 씨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뇌사로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었어요. 포기가 안 됐어요.” 김 씨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후 대학병원 한 곳의 소견을 더 듣고 나서야 상황을 인정하게 되었다.




“장기기증은 아들을 영원히 살리는 길이었다고 믿어요”


김용철 씨는 만신창이가 된 마음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아들의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어차피 재가 되느니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가족들에게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김 씨는 아내와 큰아들뿐 아니라 어머니까지 ‘내 손자는 원래부터 다른 사람을 돕기 좋아하는 아이’라고 말하며 그 뜻에 동의해 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2년 8월 22일, 가족들의 고귀한 결정으로 187cm, 70kg의 건장한 청년 원중씨는자신의 모교인 건국대학교병원에서 심장, 간, 신장 등을 기증하며 4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원중이도 분명 기뻐했을 거예요.” 김 씨와 아내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아들을 가슴 깊이 묻으며, 자신들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동참했다.

김 씨의 휴대전화 속 사진첩은 환하게 웃고 있는 원중 씨의 사진으로 가득하다. 든든한 큰아들과 명절 때마다 찾아오는 원중 씨의 소꿉친구들이 위로가 되지만,여전히 비만 내리면 사고가 난 그날 밤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나마 원중 씨의 심장이 어디에선가아직 뛰고 있다는 사실이 김 씨와 가족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원중이의 생명을 이어받은 분들은 저에게 가족이나 마찬가지예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어요.” 이식인들의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김 씨는 본부가 보낸 이식인들의 편지 책자를 몇 번이나 들춰봤다며 “새로운 삶을 맞이한 이식인 분들, 우리 원중이의 몫까지 더 건강하고 멋지게 오래도록 살아주세요.”라는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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