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재능기부에 참여한 스타들(윗줄 왼쪽부터)

고민시, 김강민, 김보민, 김지수, 김재원, 

류지광, 박하선, 배한성, 신재휘, 이지원,

이찬형, 정유미, 정태우, 하재숙, 황보름별

“달님, 천사님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밤하늘에 커다랗게 떠오른 달을 보고, 올해 6살이 된 김리원 양이 속삭였다. 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 이승아 씨는 단번에 딸이 말한 ‘천사님’ 이 간을 기증해 준 기증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생후 78일 만에 담도폐쇄증이라는 병을 진단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한 리원 양. 한 손에 안기에도 작은 몸으로 병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던 리원 양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간을 이식받는 것이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지쳐갈 무렵, 리원양은 한 뇌사 장기기증인으로부터 간을 이식받아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았다. “리원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씩씩하게 자란 것이 모두 기증인 덕분이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어요. 부족한 글솜씨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이지만, 언젠가 기증인의 유가족을 만나 뵐 수 있게 된다면 건강하게 잘 자란 리원이의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라며 이 씨는 지난해 기증인과 그 가족에게 전하는 감사의 편지를 본부에 전달했다. 이씨뿐 아니라 생명나눔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식인들의 편지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도착했다.

오디오북으로 듣는 장기이식인의 감사의 고백

본부는 장기 이식인의 편지를 보다 생생한 감동으로 도너패밀리에게 전하고자 지난 10월 6일 편지 오디오북을 제작했다. 이처럼 장기 이식인의 편지가 오디오북으로 제작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일로, 도너패밀리들이 언제 어디서나 이식인들의 편지를 들으며 장기기증의 고귀한 가치를 실감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고령이나 장애로 인해 글을 읽을 수 없는 유가족들도 이식인들의 편지를 들으며 생명나눔의 자긍심을 느낄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오디오북 제작 취지에 공감한 배우, 가수, 성우 등 15명의 유명인들이 목소리 재능기부에 함께했다. 심장, 폐, 간, 신장, 췌장 등을 이식받은 장기 이식인 15명의 감사편지를 낭독해 준 이들은 배우 고민시, 김강민, 김재원, 김지수, 박하선, 신재휘, 이지원, 이찬형, 정유미, 정태우, 하재숙, 황보름별 씨, 가수 류지광 씨, 성우 김보민, 배한성 씨다. 바쁜 스케줄 가운데 소중한 시간을 내어 목소리 기부에 참여한 이들은 생명을 나누는고귀한 결정을 한 도너패밀리에게 위로와 존경의 뜻을 전하며, 장기 이식인들의 절절한 감사의 마음이 목소리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간 이식인 리원 양의 어머니의 편지를 대신 낭독하던 배우 하재숙 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생후 2달을 갓 넘긴 딸이 생사를 오가는 힘겨운 순간을 버티고 있을 때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지 상상도 되지 않아요. 기증인의 숭고한 사랑이 한 아이뿐 아니라 한 가정을 살렸다고 생각해요.”라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심장 이식인의 편지를 읽은 배우 김지수 씨는 몇 해 전 조혈모세포 기증으로 한 생명을 살린 자신의 경험을 되새기며 “기증인과 그 가족들의결정이 이식을 받은 분과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놀라운 기적이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라고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아직 세상에 살아있는 우리 가족의 숨소리를 듣는 것만 같아요"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의 편지가 담긴 오디오북은 본부 홈페이지와 도너패밀리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됐다. 이 소식을 들은 뇌사 장기기증인 故 홍윤길 씨의 아버지 홍우기 씨는 “아직 세상에 살아있을 아들의 숨소리를 듣고 싶은 간절한 소망 때문에 이식인의 소식이 궁금했어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난 아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아들의 사진을 안았는데 이제는 이식인의 편지를 듣고 또 들으며 건강을 기원할 수 있게 됐네요.”라며 마음을 전했다. 또한 많은도너패밀리들이 한 목소리로 어디선가 새롭게 살아가고 있을 이식인의 건강을 위해 간절히 축복해 주었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자긍심을 선물하고자 마련된 이번 오디오북을 통해 귓가로 들리는 생명나눔의 감동이 더 널리 퍼져 코로나로 인해 저조한 장기기증 운동 활성화에 더 큰 희망이 되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