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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조직기증 운동의 시선, 수혜자에서 기증자로

  • 2022. 0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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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죽음을 기피하는 사회다. 아무리 중병에 걸리더라도 부모의 죽음을 함부로 입 밖에 내는 것은 효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영원히 떠나는 천국여행 앞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홀연히 떠난다. 떠나는 분도 그렇지만 떠나보낸 자녀들 또한 뭔가 허전하고 아쉽고 부족하다.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은퇴하여 초고령사회가 2025년으로 성큼 다가오고 초초고령사회가 세계적으로도 빠른 속도로 다가오건만 사회적 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준비하고 떠나는 문화로의 대전환을 위하여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2016년 2월 공표되고 2018년 2월 전면 시행되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이제 120만명을 넘고 있다. 생애말기 연명의료결정을 넘어서 유산 및 유품 정리, 장기(조직)기증, 장례 준비 및 사별가족 돌봄 등 죽음 준비 문화 확산을 위하여 2020년 웰다잉단체협의회도 창립되었다.


장기(조직)기증은 그중에서도 가장 숭고한 나눔의 가치를 구현하는 준비 문화다

생전뿐만 아니라 사후 자신의 몸을 나눠주는 결정만큼 뜻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이며 불감훼상(不敢毁損)이 효지시야(孝之始也)라는 유교문화 속에서 장기(조직)기증 문화는 더디고 이식 대기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어떻게 장기(조직)기증 문화를 확산할 수 있을까?


그동안 장기(조직)기증 운동은 수혜자 중심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신의 부모가 기증한 장기(조직)을 이식받아 다른 생명이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멋지게 활동하고 있습니다."라고 기증인 유족들에게 전하고 또 기증 희망등록자에게 홍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유족들이나 먼 훗날 기증을 하게 될 희망등록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하는 부분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기독교적 사랑과 희생정신에 충만한 분들에게는 가치 있는 홍보물일 수 있지만, 믿음이 약한 대부분의 개신교나 천주교 신자들에게 좋은 일이나 실행하기 어려운 일로 여겨지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나라 인구의 20% 정도인 불교신자에게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실천으로 가치 있게 여겨질까? 더군다나 종교가 없는 50%를 넘는 사람들은 불효를 저지르는 일이라 터부시하지 않을까? 개인주의적 의식을 가진 젊은 세대들은 거부반응을 가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 아마도 기증율3%는 이런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봐야 한다.


마의 3% 기증율을 넘어서 48%를 기록하는 미국 상황으로 조금씩이나마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장기(조직)기증 운동이 수혜자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 기증자 중심 시각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확산을 위해서는 첫째, 기증자와 유가족이 왜 기증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종교적, 문화적 환경 속에서 존엄한 삶과 죽음의 가치가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 그 속에서 기증의 동기가 어떻게 형성되어 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홍보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하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덧붙여 장기를 기증하려는 결심을 한 기증자 및 유가족의 마음의 변화를 고려하여 세심하게 다가가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



둘째, 우리 사회는 연명의료결정법 이후 죽음 준비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생애말기를 포함하여 자신의 존엄한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교육하고 제도화하고 있다. 때문에 연명의료결정법 이후 뇌사자를 포함하여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들은 대부분 생애말기 존엄한 삶과 죽음의 자기 권리를 내면화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자기의사를 표명하였을 가능성도 크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유산 및 유품을 사전에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그리고 상장례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결정 문화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장기(조직)기증 문화 또한 존엄한 삶과 죽음의 자기 권리의식이나 준비 문화에 부합하여 함께 나아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 의료현장에서는 뇌사 추정자의 연명의료결정 의사와 장기(조직)기증 의사를 두고 어느 쪽이 우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뇌사 추정자의 존엄한 삶과 죽음의 권리는 그 어느 것으로도 부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우리나라 장기(조직)기증 관련 법률도 기증자의 권리보호를 포함하여 기증자 중심의 시각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은 장기(조직) 매매를 막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하지만 연명의료결정법 이후 확산되는 생애말기 존엄한 삶과 죽음의 자기결정 문화에 비추어 장기(조직)기증은 기증 희망자의 희생정신에 의존하고 있다. 기증자의 권리 보호 조항이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양식 또한 관리의 행정적 편의성에 치우치고 있다. 기증희망 신청서, 코디네이터 활동, 기증 동의서 등에 이르기까지 기증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더불어 기증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장기(조직)기증은 그동안 인생에서 가장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는 희생정신의 발로였다. 이제 기증자 자신의 존엄한 삶과 죽음의 자기 권리의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하여야 한다.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




서이종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웰다잉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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