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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인과 이식인

아들의 숨결이 묻어있는 편지를 기다립니다.

  • 2019. 0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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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숨결이 묻어있는 편지를 기다립니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정재경 군의 어머니 이미경 씨




가을의 문턱에서 특별한 생명나눔의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지난 2009년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떠난 아들의 따뜻했던 사랑을 통해 또 다른 가족을 만나게 된 이미경 씨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엄마, 저는 돈을 많이 벌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미경 씨 가정의 둘째 아들이었던 재경 군은 늘 TV프로그램에 어려운 아이들과 환자들의 사연을 접하면 ARS 후원을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곤 했습니다. 소액이지만 자신의 물질을 나누는 데 아낌이 없었던 착한 성품이었던 재경 군은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학창시절 담임 선생님마다 저를 붙들고 재경이 칭찬을 해주셨어요. 

왕따를 당하는 친구를 도왔고, 어려운 형편의 친구들을 돕는 착한 아이였어요.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나눔으로 이웃을 살렸네요.”


스무 살의 꽃다운 나이였던 재경 군은 부푼 마음으로 2009년 2월, 새로운 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학 교사가 되기를 꿈꿨던 재경 군은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고자 수능시험에 재도전하기로 결정했는데요. 하지만,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재경 군은 끝내 그 해 봄을 맞이하지 못했습니다.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아들에게 뇌사인 것 같다고 진단하는 의료진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외국의 유명한 병원으로 가면 아들이 깨어나지 않을까, 

혹은 기적처럼 눈을 뜨지 않을까하고 수많은 생각들을 했어요.”



청천벽력과 같은 의료진의 진단에 이 씨는 좌절감이 밀려왔습니다.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재경 군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만 갔습니다. 그 가운데서 이미경 씨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금을 보냈던 아들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이윽고 그녀는 남편에게 처음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남편 또한 착했던 재경이의 성품을 생각하며 장기기증을 생각했다고 했어요. 

우리 부부는 안타깝게 마감하는 재경이의 청춘을 생명나눔으로 이어주고 싶었어요.”


이미경 씨 가족의 고귀한 결심으로 2009년, 3월 2일 생일을 며칠 앞두고 재경 군은 그 봄, 6명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선물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아픔의 연속 ...

그 시련 속에서 또 다른 사랑을 발견했습니다


4년 전, 이미경 씨는 본부로부터 받은 서신을 통해 처음으로 도너패밀리 행사를 찾았습니다. 혹시나 아들을 통해 이식받은 사람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녀는 도너패밀리들을 위한 문화 행사, 걷기대회, 연말 행사 등에 참여했는데요. 하지만 행사를 접하면 접할수록 아들에 대한 그리움만 사무쳐 힘들었다는 이미경 씨는 한동안 도너패밀리 행사에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큰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녀는 다시 본부로발걸음을돌렸습니다.

 

“재경이가 계속 생각나서 행사에 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더니 큰 아들이 제게 말하더군요. 

‘엄마가 재경이를 생각하셔야죠. 엄마 그럴수록 더 생각하세요. 우리가 기억해야 해요’ 라고 말이죠.”


 


2017년 첫 소모임에 오랜만에 참여한 그녀는 특별한 위로를 얻었다고 합니다. 평소 다른 사람들과는 나눌 수 없었던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들, 장기기증을 선택했을 당시의 마음들, 말 못할 죄책감들에 갇혔던 그 시간들을 도너패밀리들과 처음으로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짐을 덜어 놓은 것만 같아서 행복했어요. 

그저 감추는 일밖에 하지 못했었는데 

저와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저를 공감해주어서 감사했어요.”


소모임을 통해 큰 위로를 얻은 이미경 씨의 생활 가운데 큰 변화를 얻게 됐다고 합니다. 지인들에게 먼저 장기기증과 관련된 행사 소식을 전하고 장기기증의 소중함을 알리게 된 것 입니다. 



“재경이의 얼굴을 똑 닮은 큰 손주가 9월 9일에 태어났어요. 

그날이 장기기증의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더 의미가 있었어요. 

사실 본부가 계속해서 도너패밀리 사업을 이끌어 주시고,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있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드려요.”


또한 본부 행사를 통해 외국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그 장기 이식인들이 서로 서신을 통해 연락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자신의 바람을 덧붙였습니다.  


“이식인과 길을 가다 지나치기라도 했으면 참 좋겠다는 상상을 자주 하곤 했어요. 

재경이의 못 다한 삶을 누군가가 이어서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고 따뜻해 질 것 같아요. 

그 편지를 받는 그 날이 곧 오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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