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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

기증인과 이식인

우리 셋의 마지막 맞춤은 생명나눔입니다

  • 2020.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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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우체통

"우리 셋의 마지막 맞춤은 생명나눔입니다"


 

 



정은아, 네가 떠난 지도 벌써 3개월이 다 되어가네. 셋이 모인 단톡방에서 매일 수다 떠는 게 우리의 일상이었는데 어느 순간 더 이상 네 얘기를 들을 수 없게 되니까 조금씩 네가 떠났다는 게 실감이 나더라.


서로 알게 된 지도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셋이 제주도 여행을 갔었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너와 함께하는 마지막 여행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여행 전부터 함께 옷을 맞추느라 설레고 여행 가서는 평소에는 잘 찍지도 않던 사진도 많이 찍으면서 “다음에는 등산복 맞춰 입고 한라산에 오르자”고 웃으며 얘기했었잖아. 


박소희, 유혜주, 이정은씨가 함께한 제주도 여행


함께하기로 약속한 것들이 아직 너무나도 많은데 이제 영영 할 수 없게 되었네. 셋 다 흰머리 할머니가 되어도 항상 곁에 있을 것 같았기에 아직도 가끔은 네가 없다는 게 잘 믿기지 않아.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아침, 너는 “코트를 입고 나왔는데 덥다”며 툴툴댔었지. 그런데 그날 밤 네가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다는 전화를 받았어.

처음 소식을 듣고는 ‘병문안해야겠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수화기 너머 어머니께서 울면서 하시는 말씀이 “의사가 ‘가망이 없다’고 하더라”는 거였지.


비가 오던 그날 밤,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달려가 불이 다 꺼진 병원 로비에서 밤을 새우며 둘이 얼마나 울었는지… 그때 어머니께서 그러시더라. 네가 생전에 얘기했었던 장기기증을 해주려 한다고. 며칠 뒤 중환자실에 누워 자고 있는 것만 같은 네 모습을 보며 한참을 울다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나온 그때를 잊을 수가 없어.


정은아 기억나? 어린애도 아니면서 매년 하나씩 우정 아이템을 맞추자며 셋이 항상 똑같은 걸 샀잖아. 미니 선풍기며 화장품에, 옷도 맞춰 입고 심지어 카드도 같은 거 쓰자며 맞췄었지. 그래서 너를 떠나보내며 마지막으로 네가 한 좋은 일을 우리도 함께하기로 했어. 


장기기증으로 여러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한거 말이야. 그동안 막연히 생각만 했던 장기기증 서약을 한 우리는 등록증을 들고 산에 가서 사진을 찍었어. 좋은 친구였던 너와, 너로 인해 좋은 일을 함께한 우리의 마음을 영원히 잊지 않으려고.


 장기기증 등록에 참여한 소희, 혜주씨



정은아, 그동안 우리와 함께해줘서, 그리고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걱정 없이 행복해야 해. 나중에 만나자.




   너의 영원한 친구, 소희 혜주가


이 편지는 지난해 11월 12일 뇌사 장기기증으로 생명나눔을 실천한 이정은 씨의 친구 박소혜, 유혜주 씨가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며 먼저 떠난 친구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담아 쓴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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