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로고

선한이웃

네버엔딩스토리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 2023.03.13
  • 이 게시글을 146명이 보았습니다.

2004년 여름은 10년 만에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올 것이라는 예보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더위의 정점인 그해 8월, 내리쬐는 뙤약볕을 이기며 평택에서 서울로 여러 차례 병원을 오갔던 민경식 목사는 옷을 흠뻑 적시는 땀 세례 속에도 마음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생존 시 신장기증인 민경식 목사



"20년 전이니 지금처럼 교통편이 좋지도 않았죠. 기차를 타고, 전철을 타고 교통수단을 몇 번이나 갈아타야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일이니 포기할 수 없었죠."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그는 딱 보기에도 환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우렁찬 목소리와 생기 넘치는 얼굴, 그의 생애 첫수술은 바로 신장기증 수술이었다.


어린 시절 심장이 약해 고생한 경험이 있는 민 목사는 전도사로 사역하던 시절, 교회의 한 아이가 심장병으로 투병하는 모습을 보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다. 당시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그는 나중에 담임목사가 되면 꼭 장기부전으로 힘겨워하는 환자들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현재 사역하고 있는 평택중부교회를 개척하고 성도들과 마음을 모아 2000년부터 심장병 환자들을 위한 수술비를 후원하고 있다. 그리고 2004년에는 생존 시 신장기증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사역을 하며 많은 일을 겪었어요. 교회가 놀랍게 부흥하기도 하고, 큰 위기를 맞아 성도들이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죠. 그 이후 다시 회복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정말 열심히 섬기겠다는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불현듯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을 주셨어요."


기도를 마치고 곧장 '장기기증'을 검색했다는 민 목사는 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생존 시 신장기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술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그였지만, 그저 순종하는 마음으로 곧장 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이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듯 했지만 한 가지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바로 가족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다. 


목회를 잘 하고 있던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선언하니 아내 입장에서는 크게 놀랄 노릇이었다. 처음에는 '절대 안 된다'라고 만류했지만, 꺾이지 않는 민 목사의 의지에 아내도 두 손을 들고 결국 수술에 동의했다. 그렇게 2004년 10월, 민 목사는 일면식도 없는 만성신부전환자를 위해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반대하는 신장기증을 

끝까지 고집해 진행했으니 

입원 중에도, 퇴원 후에도 

아프다는 말은 

절대로 못하겠더라고요."



퇴원 후, 며칠 만에 교회에서 부흥회를 진행하고,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러시아 선교까지 떠났다는 그는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혼쭐이 났다. 보통 신장기증 수술 후 회복을 위해 한 달간은 쉬어야 하는데, 민 목사가 그 기간 동안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것을 담당의사가 알게 된 것이다.


"몸에 무리가 되는 일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저는 고된 육체노동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정말 휴식을 취해야 했던 거더군요. 추운 겨울에 러시아를 다녀와서 정말 힘들기는 했는데, 수술 후 별 탈 없이 20년간 생활했으니 그것 역시 감사한 일입니다."



신장기증인 민경식 목사와 이식인 김종성 씨, 김 씨의 아내 서선자 씨



지난 9월, 새생명나눔회원들과 함께 동해 해파랑길에 오른 그는 그곳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20여 년 전 자신의 신장 하나를 나눈 이식인 김종성 씨였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건강하게 생활하는 김 씨의 모습을 보자 마음깊은 곳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이 솟구쳤다.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신장이식 후 건강을 회복해 

활기차게 생활하시는 

그 분의 모습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밖에 들지 않았어요."



장기기증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찾아가서 꼭 하라고 말하고 싶다는 민 목사는 장기기증이 자신의 삶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신장기증 후 본부를 통해 1년마다 건강검진을 하며 자신의 몸을 더 건강히 지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마음 역시 기쁨과 감사로 가득 차 삶에 행복이 더해졌다. 


더불어 생명나눔의 향기가 어느새 주변에도 퍼져 신장기증을 반대하던 아내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고, 헌혈도 여러 차례 실천했다. 또한 2016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평택중부교회에서 생명나눔예배를 드리며 교인들 역시 한마음이 되어 생명나눔에 참여했다.



"저는 제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하나님께서 나누라고 하셨으니 

그저 그 말씀을 따른 것뿐이에요."



20여 년 전, 고통받는 이웃을 향해 깊은 사랑을 베푼 민 목사는 지금도 여전히 겸손한 마음과 자세로 주변에 나눔의 온기를 전하고 있다.

E-book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