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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 202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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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이숙경 씨는 세상을 떠나며 각막기증을 통해 

시각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새 빛을 선물했다.



각막기증인 이숙경 씨와 딸 임지원 씨 



얼마 전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낸 지원 씨의 표정이 어쩐지 밝다. 



"방금 엄마가 기증한 각막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사히 이식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엄마의 눈을 통해 어둠 속에 있던 누군가가 

빛을 되찾게 되었다니, 하늘에 계신 

엄마가 무척 기뻐하실 거예요." 



숙경 씨를 그리워할 새도 없이 직장에 복귀해 여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는 지원씨는 이제야 마음 놓고 엄마를 추억한다.


"엄마를 너무 좋아해서 옆에 있는데도 더 가까이하고 싶었어요." 지원 씨는 어려서부터 숙경 씨를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했다. 엄마바라기답게 숙경 씨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속속들이 알았던 지원 씨였다. 



이숙경 씨의 생전 모습



"엄마의 생일 다음 날부터 내년 생일을 준비했어요. 엄마를 위해서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었어요." 지원 씨는 그중에서도 '엄마는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야'라는 문구가 적힌 케이크를 받고 크게 행복해하던 숙경 씨를 떠올리며 잠시 그리움에 잠겼다.





천사보다 

더 천사 같았던 엄마



"엄마는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셨어요. 

지는 게 이기는 거고, 남을위해 사는 게 

나를 위해 사는 거라고요."


일찍 혼자가 된 숙경 씨는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느라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야 했다. 하지만 당장 도와줄 곳이 있으면 자신의 하루 끼니를 걸러서라도 기꺼이 도움을 주던 사람이었다. 이러한 숙경 씨의 성정은 2016년 지원 씨가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엄마는 입버릇처럼 육체는 죽고나면 끝이니 썩어서 없어지는 대신 남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모두에게 천사 같았던 숙경 씨에게 비극이 찾아온 건 지난해 7월이었다. 평소 소화가 안 되었던 숙경 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별안간 췌장암 4기를 진단을 받았다. 암의 전이 속도가 빠른 데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의 부작용으로 더 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차라리 제가 아프고 싶었어요. 특히 힘들어 식사조차 하지 못할 때는 그때만이라도 제가 대신 아프고 편히 식사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치료할수록 오히려 고통이 커졌던 숙경 씨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한 샘물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해 임종을 준비했다. 마침 그 병원은 숙경 씨가 결혼전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했던 곳이기도 했다.




숙경 씨의 마지막 소원은 

각막기증



"천국에서 

다 지켜보고 있을 테니 

주저하지 말고 

각막을 꼭 기증해줘." 



함박눈이 소복이 내리던 1월의 어느 날, 숙경 씨는 가족들을 불러 놓고 마지막까지 생명나눔의 뜻을 확고히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30일 오후, 고통 속에 신음하던 숙경 씨의 호흡이 일순간 안정적으로 바뀌었고, 창문 너머로는 등이 따뜻해질 정도의 따스한 햇살이 쏟아졌다. 곧 숙경 씨는 숨을 거두었다. "그 순간 엄마의 얼굴에서 빛이 났어요. 엄마가 그토록 소망하던 하나님을 만난게 틀림없었어요." 



각막기증인 이숙경 님의 빈소 모습



각막기증에 대해서는 다른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지원 씨는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니 무조건 이루어 드려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날 저녁, 숙경씨의 두 눈은 새로운 빛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생존 시 신장기증 꿈꾸는 

그 엄마에 그 딸



'지난 30년 동안 엄마는 지원이 덕분에 행복했어. 이 땅에서 하나님을 위해 살다가 엄마를 만나러 천국에 오면 그때에도 엄마와 딸로 살자.' 숙경 씨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 또 읽는다는 지원 씨는 엄마의 죽음을 통해 슬픔보다 감사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엄마에게 늘 걱정만 안겨준다고 생각했는데 저 때문에 행복했다니…."



각막기증인 이숙경 씨의 딸 임지원씨 



엄마를 간호하며 물 한 잔 온전하게 마실 수 없는 환자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는 지원 씨는 요즘 생존 시 신장기증을 위해 기도 중이다. "엄마는 평생 봉사하는 삶을 소망했지만 삶에 치여서 그렇지 못했어요. 저 역시 언제 생이 다할지 모르지만, 하루라도 빨리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지원 씨는 천국에서 사랑하는 엄마를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도 더 나누는 삶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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