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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

기증인과 이식인

꽃처럼 활짝 필 새 생명을 위하여

  • 2020. 0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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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오랜만에 말간 하늘이 모습을 드러내던 날, 오랜 기다림 속에 지내고 있던 뇌사 장기기증인 故 이윤희 씨의 부모님을 만났다. 윤희 씨는 5명의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2012년 6월, 당시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이윤희 씨의 부모님 이창열, 정현 씨



누구보다 소중했던

나의 딸


윤희 씨는 1남 1녀 중 장녀로 유독 남동생을 살뜰히 챙겼다. 취직을 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5살 어린 동생 창명 씨의 이름으로 적금을 들어 배낭여행을 보내줄 만큼 멋진 누나였다. 부모님에게는 학창 시절부터 전교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며 모든 방면에 성실해 걱정할 것이 전혀 없던 딸이었다. 


2012년 6월, 승마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윤희 씨는 여느 때와 같이 직장 동료들과 함께 양평에 위치한 승마장을 찾았다. 한참 승마를 하던 중 갑자기 한 마리 말이 밖으로 뛰쳐나갔고 곧이어 윤희 씨가 타고 있던 말도 승마장을 벗어났다. 머지않아 말을 타고 있던 윤희 씨는 그대로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그날따라 항상 내려져 있어야 할 안전펜스가 열려 있었던 것이다.


가족이 함께한

생명나눔


낙마 사고를 당한 윤희 씨는 급히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사고 당시, 윤희 씨의 직장동료에게 연락을 받은 부모님은 평소 걱정을 끼치지 않던 딸이었기에 가벼운 골절상을 예상하면서 병원으로 이동했다.그러나 병원에서 마주한 윤희 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윤희 씨는 뇌 수술을 한 차례 받아야 했고 수술 이후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윤희 씨의 가족은 의료진으로부터 뇌지주막하 출혈로 인한뇌사가 추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의료진에게 장기기증을 권유받은 윤희 씨의 부모님은 큰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다른 환자들을 떠올리며 ‘며칠 더 살고 덜 살고 보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생명을 주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부모님은 집으로 돌아와 윤희 씨의 짐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지갑 안에서 ‘장기기증 희망등록증’을 발견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증을 발견했을 때 참 고맙더라고요.” 윤희 씨와 남은 가족 모두가 생명나눔에 대한 같은 뜻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부모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윤희 씨의 고귀한 생명나눔 이후, 23살이었던 남동생 창명 씨는 누나의 나눔을 이어가고자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했다. 그리고 2년 뒤 실제로 조혈모세포 기증을  실천하며 한 환자의 생명을 살렸다.


딸의 생명을

이어받은 사람들


2012년 6월 장기기증 당시 윤희 씨는 심장, 간장, 췌장, 신장 2개를 기증하며 5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그중 부모님은 윤희 씨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의 소식을 우연히 TV 뉴스를 통해 보게 되었다. 윤희 씨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는 당시 3세 여아로, 국내외에서 진행된 이식 수술 중 이식인과 기증인의 몸무게 차이가 가장 많이 난 경우였다.   


윤희 씨의 장기기증 후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건강을 회복해 퇴원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뉴스 인터뷰에서 아이의 어머니는 “이식받은 날을 제2의 생일로 생각하고 잘 키우겠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윤희 씨의 부모님에게 그 소식은 큰 감동과 기쁨이 되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 딸아이의 생명을 받은 이식인이 잘 지내고 있는지 소식을 듣는 거예요.” 

윤희 씨의 부모님은 다른 이식인들의 소식도 궁금하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정보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윤희 씨의 부모님은 장기를 이식받은 또 다른 4명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없다.   


윤희 씨의 부모님은 최근 보도됐던 미국에서 건너온 이식인 킴벌리 씨와 기증인 故 김유나 양 유가족의 만남을 이야기하며 자신들도 이식인으로부터 편지 한 통 만이라도 받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밝혔다.   

“윤희는 벚꽃처럼 한 계절 활짝 폈다가 간 것 같아요.” 윤희 씨의 짧고 아름다운 생애가 꽃과 같았다고 말하는 부모님은 그 찬란했던 삶의 일부분을 이어받은 이들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린다는 작은 소망을 전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 딸아이의 생명을 받은 이식인이 잘 지내고 있는지

소식을 듣는 거예요"



생전 이윤희 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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