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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야기

기증인과 이식인

희망이 엄마가 선물한 생명으로 건강하게 살아주세요

  •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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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부지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떠난 경찰관


오래 전, 지인의 소개로 만나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전과 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로 사랑을 키워 온 홍성숙 씨와 안치영 씨는 2004년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 대학시절부터 매사에 열심이었던 아내 홍 씨는 결혼 후 경찰시험에도 합격했다. 평소 어린 아이들, 청소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남달랐던 그녀는 여성청소년 관련 부서에서 주로 근무하며 성교육과 학교폭력 예방 등에 대한 강의를 펼쳐왔다. 성실하게 경찰 임무를 수행해 온 그녀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 경찰청장 표창, 지방경찰청장 표창, 경찰서장 표창 등의 많은 표창을 수여받으며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경찰로서 ‘학생 선도’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한 그녀에게는 또 하나의 소망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자녀를 갖는 것이었다. 홍 씨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아이를 갖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십 차례 시험관 시술을 시도하며 무려 13년 간 노력했고, 지난 2018년 드디어 홍 씨 부부에게 기적처럼 임신 소식이 찾아왔다.


아이의 태명은 ‘희망이’,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홍 씨 부부에게 특별한 아이였다. 육아 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고 있던 홍 씨는 매 끼니 아이에게 정성스럽게 새 밥을 지어 먹이고, 놀이터, 개울가 등 아이가 좋아하는 장소를 매일 찾아 몇 시간씩 행복한 추억을 쌓기위해 노력하는 엄마였다. ‘희망이’와 함께하는 앞으로의 시간들에 행복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홍 씨 부부에게 지난 8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찾아왔다. 8월 29일 밤 10시 40분, 홍 씨는 외출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만취상태의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홍 씨의 차량을 덮친 것이다. 그 충격으로 홍 씨의 차량은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차선으로 튕겨나갔다. 그리고 마주 오던 2대의 차량과 연속해 부딪혔다. 사고 이후 병원으로 이송된 홍 씨는 의식불명 상태였다.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잠들어 있는 아기를 깨워 급히 병원으로 가면서도 심각한 상황일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계속 이어지는 응급조치로 안 씨는 새벽이 되어서야 아내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자 깊은 슬픔이 밀려왔다. 의료진은 병원에 이송되어 오는 도중에도 한 차례 심정지를 일으켰던 홍 씨가 깨어날 가망성이 없다고 했다. 뇌사로 추정된다는 이야기에 안 씨는 아내가 평소 이야기했던 생명나눔의 뜻을 떠올렸다. 


“만약 누군가 죽게 되면 장기를 기증하자는 이야기를 평소에 좀 나눴어요. 그런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장기기증을 통해 아내의 생명이 누군가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살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생명나눔을 결정했습니다.”


안 씨는 아내의 가족들과 함께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이에 홍성숙 씨는 8월 31일 생의 마지막 순간 뇌사 장기기증으로 생면부지 환자를 살리고 떠났다. 



희망이 엄마가 세상에

남겨준 또 다른 희망



“아내는 죽기 전까지도 아기를 생각했을 거예요. 16년의 긴 결혼 생활 동안 못 해준 게 너무 많은데... 가슴이 아프고 미안합니다.”


20개월 딸을 바라보며 슬픔을 억누른 채 이야기하는 안씨는 요즘 주변 이웃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평소 리더십이 있던 홍 씨는 직장과 동네에서 여러 모임을 이끌며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그녀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큰 슬픔 가운데에도 평소 홍 씨가 베푼 손길을 되돌려주기 위한 이웃들의 나눔이 이어졌다. “정이 많고, 활발했던 아내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제 딸과 저를 위해 반찬도 챙겨주고,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도 보내주고 있어요.”    휴대폰에 가득 찬 지인들의 위로 메시지를 보여주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던 안 씨는 생명을 살리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작별인사를 건넨 아내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딸이 크면 엄마가 나눔을 통해

누군가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꼭 이야기 해줄게.”



생명을 구한 영웅,

우리가 기억하겠습니다.



지난 10월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제2회의실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구하고 떠난 故 홍성숙 경사의 뜻을 기리는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전달식에는 홍 경사의 남편 안치영 씨와 20개월 딸 희망이, 홍 경사의 언니 홍미영, 홍귀옥 씨가 참석해 김창룡 경찰청장으로부터 공로장과 감사장을 받았다. 또한 본부에서는 박진탁 이사장이 홍 경사의 초상화와 경찰관 동료 및 시민들의 응원 댓글이 담긴 책자를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장기기증 친선대사인 황운하 국회의원이 홍 경사의 사진이 담긴 크리스털패 ‘생명나눔의 별’ 을 전달하며 숭고한 나눔의 뜻을 기렸다. 


지난 9월 29일부터 경찰청과 본부는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을 구한 홍 경사의 사연을 SNS와 블로그, 경찰청 인트라넷을 통해 알렸다. 해당 사연에는 동료 경찰관과 시민들의 응원과 애도의 댓글이 이어졌고, 2주 만에 무려 3,5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희망아, 엄마는 살아 계실 때도, 하늘나라에서도 약한 사람들을 지키는 정의로운 사람이란다’, ‘여경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입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며 항상 나도 저런 분처럼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공부를 합니다. 경사님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경사님처럼 멋진 사람들이 될거라고 믿습니다’ 등 동료들과 시민들이 남긴 댓글은 책자로 제작돼 유가족에게 전달됐다. 특히 동료 경찰관 류경래 씨는 “홍 경사와 같이 의로운 일을 하는 경찰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홍 경사의 사연을 접하고 장기기증 희망등록에도 참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달식 이후 충정로역사 내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을 위한 사랑방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엄마가 떠난 지 모르는 어린 딸 희망이는 해맑은 미소로 현장을 누벼 취재 기자들에게 잠시 미소를 선사했다. 남편 안 씨는 딸과 함께 댓글이 담긴 책자를 보며 “딸이 너무 어려서 엄마가 떠난 사실조차 모르지만, 요즘도 경찰차를 보면 ‘엄마’를 찾는다”며 “딸이 크면 장기기증을 통해 엄마가 누군가의 힘찬 호흡과 따뜻한 시선으로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씨는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희망이에게 엄마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선물해 줄 것 같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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