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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은정아, 엄마가 너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

  • 2020. 0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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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남자친구를 소개받기로 한 날,

딸이 쓰러졌습니다 



딸이 좋아하는 남자를 소개해주고 싶다며 엄마, 아빠를 서울로 초대했습니다. 딸을 만나러 가기 하루 전, 설레는 마음에 좀처럼 잠이 오지 않고,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에 빠진 우리 딸은 어떤 모습일까... 하룻밤만 지나면 보고 싶은 딸의 얼굴과 딸이 사랑한다는 사람도 만날 수 있겠구나...



늘 웃음을 잃지 않았던 故 김은정 기증인



기대로 물들었던 그 날 새벽, 전화벨이 요란스럽게 울렸습니다. 딸 은정 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급히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도 부부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걸 거야. 그냥 가볍게 쓰러진 거겠지? 이게 진짜일 리 없어. 우리 은정이가 잘못될 리 없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부부의 간절한 바람은 와르르 무너져내렸습니다. 산소호흡기를 낀 채, 의식 없이 누워있는 딸에게 의료진은 "뇌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내렸습니다. 의료진은 딸에게 소생의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조심스럽게 장기기증을 권유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실감이 나지 않았고, 화도 났습니다.


내 딸이 이렇게 누워있는데...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는데...




평생 후회로

남은 일이 있습니다




미동없이 누워있는 딸을 보면서 정금하 씨는 가슴이 무너져내렸습니다. 못해줬던 일들이 떠올라 가시처럼 마음을 할퀴었습니다.

해마다 겨울이면 엄마 정금하 씨가 짜준 목도리를 두르고 다니던 딸 은정 씨는, 쓰러지기 몇 달 전에도 어김없이 "올해도 엄마가 짠 목도리 할래. 엄마 목도리 짜주세요" 하며 품에 안겼습니다. 이제 우리 딸도 예쁘게 멋 좀 부렸으면 좋겠는데, 투박한 엄마 목도리가 뭐가 좋다고...


괜히 속상한 마음이 들어 "이제 너도 다 컸으니 좋은 거 하나 사서 써." 라고 답하고 그해 겨울, 딸에게 목도리를 짜주지 않았습니다. 그게 이렇게 두고두고 후회되고 가슴 아픈 일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은정이 일어나면

엄마가 예쁜 목도리 짜줄게.

그러니까 일어나 은정아, 응?"




긴 잠에 빠진 것 같은 딸이 제발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뜨기를... 정금하 씨는 딸의 손을 잡고 수없이 빌었습니다.





우리 은정이는 영원히 지지 않는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딸의 곁을 지키다 잠시 짐을 챙기러 집에 들렀을 때, 정금하 씨는 TV를 통해 우연히 장기이식 대기 환자들의 사연을 보았습니다. 왠지 TV 속 환자들이 겪는 일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환자용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딸의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환자들..

그리고 나처럼 아픈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

그 마음이 이해가 됐어요.


그때 마음을 바꿨어요.


우리 딸 젊디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보내지 말자.

우리 딸, 생명의 꽃이 되게 하자" 

-

故 김은정 기증인의 어머니 정금하 님





은정아 너는 한순간도 빠짐없이 엄마 아빠의 기쁨이었어 



2009년 4월 28일, 은정 씨는 만개한 봄꽃처럼 생명의 꽃을 피우고 떠났습니다.


정금하 씨 부부의 숭고한 결정으로 은정 씨는 절망 끝에선 7명의 환자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멀리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제 엄마의 목도리를 둘러매고 행복해 하는 딸은 곁에 없지만, 정금하 씨는 딸의 생명을 이어받은 7명의 은정이가 있음에 위로받습니다.




은정이를 위해 뜬 목도리를

대신 걸어주고 싶습니다 


생명의 꽃이 된 故 김은정 기증인



2015년, 어머니 정금하 씨는 은정 씨를 생각하며 7개의 목도리를 떴습니다. 언젠가 은정 씨의 생명을 이어받아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난다면 꼭 전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은정 씨가 떠났던 봄... 

같은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정금하 씨 부부의 마음엔 은정 씨가 피운 생명의 꽃이 잘 자라고 있을지... 그리움도 함께 찾아옵니다.

은정 씨의 생명을 이어받아 어디선가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을 분들의 소식이 전해진다면, 정금하 씨 부부에게도 비로소 따뜻한 봄날이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故 김은정 기증인을 비롯한 5,600여 명의 뇌사 장기기증인이 있습니다. 현재는 법에 가로막혀 서로의 존재조차 알 수 없지만, 모든 기증인과 모든 이식인이 생명나눔 안에서 한 가족입니다.


이식인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기증인의 가족에게 당신의 근황을 알려주세요. 평범한 일상을   공유해주세요. 좋아하는 음식, 새로 갖게 된 취미생활,  이식받은 후 겪게 된 작은 변화까지도 기증인의 가족에게는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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